세모리의 블로그

인지행동치료는 생각과 감정, 행동의 고리를 인식하고 바꾸는 훈련으로, 자기 마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되짚는 섬세한 과정을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돕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블로그를 개설하였습니다. 궁금한 사항은 jeongsinaedeusenseu@gmail.com으로 문의해 주세요.

  • 2025. 3. 31.

    by. ad-jungsin

    목차

      친구 관계 불안, 인지행동치료로 푸는 법

      1. 관계가 불안한 나, 이상한 걸까요?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특히 친구라는 존재는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상대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웃고, 때로는 위로를 건네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런 친구 관계 안에서도 왠지 모를 불편함이나 불안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죠.

      누군가는 너무 친해지고 싶어서 조심스럽고, 또 누군가는 이미 친한 사이인데도 말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질 정도로 흔들리곤 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자주 스스로를 탓하게 됩니다.
      “왜 나만 이렇게 예민한 걸까?”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는데…”

      하지만 정말 이상한 걸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감정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습니다. 오히려 내가 관계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감정을 억누르거나 부정할 때, 오히려 더 커진다는 거예요. 내가 느끼는 불안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그 이유를 이해하고, 나답게 다룰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편안한 관계가 시작됩니다.

      2. 친구 관계 불안은 왜 생기는 걸까?

      사실 우리는 모두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죠.

      그런데 이 ‘관계’라는 게 꼭 기분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특히 친구처럼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 안에서 겪는 감정 기복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친구 관계에서 불안이 생기는 이유는 단순히 내가 예민해서도, 성격이 이상해서도 아닙니다.

      대부분은 아주 오래전부터 형성된 ‘생존 본능’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는 사회적 관계에서 ‘거절당하는 것’을 생존의 위협으로 받아들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무리를 지어 살아야 했고, 무리에서 소외되는 건 곧 생존의 위협을 의미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소한 말투, 잠깐의 침묵에도 우리는 과하게 반응하게 되는 거예요. “혹시 내가 싫어진 건 아닐까?”, “방금 말이 기분 나빴나?” 같은 생각이 자동으로 떠오르고, 그 생각이 점점 불안을 키워갑니다.

      그리고 그 불안은 또다시 부정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죠.

      결국,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뇌의 보호 작용’이 오히려 내 감정을 흔들고 관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셈입니다.

      3. 불안할수록 더 나빠지는 친구 관계의 악순환

      관계에서 불안이 생기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불안을 해소하려고 합니다.

      문제는 그 해소 방법이 대부분 '회피'나 '과잉 반응'이라는 거예요.

      예를 들어, 친구가 톡을 바로 읽지 않으면 괜히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여러 번 보내거나, 상대방의 감정에 맞추느라 내 감정을 무시하기도 하죠.

      이렇게 행동하면 순간적인 안도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자존감이 깎이고 친구와의 관계도 점점 불편해집니다. "왜 나는 항상 눈치를 보지?", "내가 왜 이렇게 애쓰고 있지?" 하는 생각이 쌓이면서 나 자신을 싫어하게 되는 거예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이 불안한 감정이 반복되다 보면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 자체가 두려워진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사람들과의 거리를 두게 되고, 고립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습니다.

      결국, 관계를 잘해보려는 마음이 관계를 피하게 만드는 아이러니가 생기는 거죠.

      4. 인지행동치료(CBT), 친구 관계 불안에 왜 효과적인가?

      인지행동치료는 수많은 심리치료 중에서도 가장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 중 하나입니다.

      특히 불안이나 우울, 강박, 대인관계 문제 등 감정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방법이에요.

      CBT의 핵심은 ‘내 생각이 내 감정을 만든다’는 원리에 있습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느끼는 감정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친구가 내 말을 무시한 것처럼 느껴졌을 때, "나를 싫어하나 봐"라고 생각하면 서운함과 불안이 커지지만, "오늘은 그냥 피곤한가 보네"라고 생각하면 감정이 다르게 흘러갑니다.

      CBT는 이렇게 ‘생각 → 감정 → 행동’의 흐름을 이해하고, 그 중에서 가장 먼저 개입할 수 있는 ‘생각’을 조절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즉, 생각을 더 현실적이고 균형 있게 바꾸면 감정도, 행동도 자연스럽게 변하게 되는 구조예요.

      친구 관계 불안은 대부분 이 ‘생각’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CBT가 특히 효과적인 이유가 됩니다.

      5. CBT가 관계 불안에 특히 효과적인 이유

      관계 불안을 겪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나를 믿지 못한다'는 거예요.

      이 믿음이 부족하다 보니, 친구의 작은 말이나 행동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자꾸 해석하려고 하죠. 그 과정에서 왜곡된 생각들이 생겨납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바쁘다”고 했을 뿐인데, “날 피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떠오릅니다.

      CBT에서는 이런 자동적인 생각을 '자동 사고'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이 사고들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 내 불안이 만들어낸 ‘예측’이라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진짜라고 믿고 행동하죠. CBT는 이 자동 사고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검토하고, 현실적인 생각으로 바꾸는 연습을 반복함으로써 불안을 줄여나갑니다.

      그리고 단순히 생각을 바꾸는 것뿐 아니라, 감정을 조절하고 관계에서 실제로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함께 다루기 때문에 현실적인 회복력이 생깁니다.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실제로 변화를 만드는 실천 중심의 치료인 셈이죠.

      6. 자동사고 기록하기 – 불안을 객관화하는 첫 걸음

      자동사고란 특정 상황에서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말합니다.

      너무 빨리, 너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때문에 우리가 인식하기도 전에 감정을 만들어냅니다.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도 문득 불안해지거나 자존감이 확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CBT에서는 이 자동사고를 글로 써서 구체적으로 ‘가시화’하는 연습을 합니다.

      단순히 머릿속으로 생각할 땐 통제가 어렵지만, 글로 써보면 내가 어떤 패턴으로 생각하는지를 명확히 볼 수 있거든요.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이런 생각을 반복하고 있었구나' 하고 자각하게 됩니다.

      자동사고 기록하기 – 불안을 객관화하는 첫 걸음

      이런 기록을 하루에 한 번만 해도 큰 변화가 생깁니다. 내 생각을 객관화하는 순간, 감정에 끌려 다니지 않고, 내 마음을 주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7. 인지 재구성 – 생각을 유연하게 바꾸기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생각 필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필터는 내가 살아온 환경, 과거의 상처, 성격, 관계 경험 등에 따라 형성되죠. 문제는 이 필터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굳어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나쁜 쪽으로만 해석하게 된다는 겁니다. 이게 바로 인지왜곡입니다.

      예를 들어, 친구가 메시지를 바로 읽지 않으면 “날 무시하네”라고 생각하거나, 모임에서 나만 빠졌을 때 “나를 일부러 뺀 거야”라고 느끼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인지가 반복되면 마음의 벽이 더 두꺼워지고, 관계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죠.

      CBT의 핵심 훈련 중 하나가 바로 이 생각의 틀을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아래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연습을 해보세요.

      • "이 생각이 100% 사실이라는 증거가 있을까?"
      • "내가 너무 단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건 아닐까?"
      • "친구 입장에서는 어떻게 느꼈을까?"

      이런 질문들은 내 생각의 흐름을 멈추게 하고, 더 넓은 관점으로 상황을 바라보게 해줍니다.

      즉, 불안이 커지기 전에 ‘감정의 브레이크’를 걸 수 있게 만들어주는 거예요.

      인지 재구성은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라 연습을 통해 길러지는 사고 습관입니다.

      8. 노출 훈련 – 피하지 말고 작게 시작하기

      불안한 감정을 느낄 때, 가장 쉽게 선택하는 방법은 '피하는 것'입니다.

      친구에게 연락을 안 하거나, 모임을 핑계로 빠지고, 아예 새 친구를 만들지 않는 경우도 많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회피는 불안을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키웁니다.

      CBT에서 말하는 '노출 훈련'은 이 회피의 패턴을 끊고, 불안한 상황을 조금씩, 의도적으로 마주하는 훈련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큰 도전을 할 필요는 없어요. 예를 들면 이런 작은 행동들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 톡을 먼저 보내보기
      • 모임에 참석한 뒤 10분만 있어보기
      • 오해가 생겼을 때 부드럽게 솔직한 감정 표현하기
      • 연락을 기다리기보다 먼저 인사 건네기

      처음에는 어색하고 긴장되겠지만, 그 상황을 무사히 넘긴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감이 생깁니다.

      이 과정을 통해 “불안했지만 괜찮았어”라는 기억이 생기고, 그 기억은 다음 불안을 덜어주는 '심리적 백신'이 되어줍니다.

      노출 훈련은 결국, 나를 괴롭히는 상황에서 **'도망가지 않는 연습'**입니다.

      두려움과 맞서는 용기보다, 용기를 작게 나누어 실천하는 지혜가 더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될 거예요.

      9. 자기 자비 훈련 – 나를 돌보는 따뜻한 연습

      친구 관계에서 불안을 자주 느끼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자기 비판'이 강합니다.

      뭔가 잘 안 풀리면 가장 먼저 “내가 문제였나 봐”라는 생각을 하죠. 친구가 한마디 던진 말에 하루 종일 마음이 무겁고,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라며 자기 탓을 멈추지 못합니다.

      이럴 때 꼭 필요한 것이 ‘자기 자비(Self-compassion)’입니다.

      자기 자비란 실수하거나 아플 때, 나를 비판하는 대신 이해하고 다정하게 대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우리는 친구에게는 “괜찮아, 누구나 그럴 수 있어”라고 위로하면서도, 정작 나에게는 그 말을 잘 해주지 않죠.

      자기 자비는 이런 식으로 연습할 수 있습니다.

      • 마음이 불편할 때, 손을 가슴에 얹고 “이 감정은 자연스러워. 지금 충분히 힘들 수 있어”라고 말해보기
      • 스스로에게 위로의 편지를 써보기
      • 과거 실수했던 나를 떠올리고, 지금이라면 어떤 위로를 건넬 수 있을지 상상해보기

      이런 연습을 하다 보면 나 자신과의 관계가 조금씩 따뜻해지고, 친구 관계에서 상처받더라도 그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지키는 힘이 생깁니다.

      10. 일상 속 관계 회복력을 키우는 연습들

      CBT는 단순한 상담 기법이 아니라, 삶의 습관을 바꾸는 일입니다.

      일상에서 조금씩 실천할 수 있는 행동이 관계 회복의 시작이 되죠.

      다음은 관계 불안을 줄이고, 친구와 더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연습입니다.

      • 감사 훈련: 하루에 한 번, 감사했던 사람이나 순간을 기록해보세요. 긍정적인 감정은 불안을 완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해독제입니다.
      • 직접 소통하기: 오해가 생겼을 때는 SNS나 메시지로 짐작하지 말고, 직접 대화하려고 해보세요. 직접적인 소통은 불필요한 오해를 줄입니다.
      • 혼자 있는 시간을 인정하기: 친구가 없는 시간이 외로움으로 느껴질 때, 그 시간을 ‘회복의 시간’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세요.
      • 관계를 정리할 용기: 반복적으로 나를 힘들게 하는 친구 관계는 ‘거절’이 아닌 ‘자기 보호’ 차원에서 정리해도 괜찮습니다.

      관계는 나만 잘한다고 유지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나 자신을 잘 돌보면, 어떤 관계든 건강한 거리와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11. 마무리 – 친구도, 나도 소중하니까

      친구 관계는 우리 삶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하루의 기분, 자존감, 심지어 인생의 방향까지 좌우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가졌죠. 하지만 그만큼 어렵기도 합니다. 항상 좋은 관계만 있을 수 없고, 때론 상처도 받으며 성장해가는 거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내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입니다.

      나는 지금 친구 관계에서 불안을 느끼고 있고, 그것을 해결하고 싶어 한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변화의 시작입니다.

      인지행동치료는 단지 문제를 없애기 위한 기술이 아닙니다.

      나를 더 잘 이해하고, 내 감정을 해석하는 힘을 키워주는 인생 전체에 유용한 도구입니다.

      친구 관계가 힘든 지금 이 시기가, 오히려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과정일 수 있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오늘도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입니다.
      친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건 바로 나 자신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