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리의 블로그

인지행동치료는 생각과 감정, 행동의 고리를 인식하고 바꾸는 훈련으로, 자기 마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되짚는 섬세한 과정을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돕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블로그를 개설하였습니다. 궁금한 사항은 jeongsinaedeusenseu@gmail.com으로 문의해 주세요.

  • 2025. 4. 3.

    by. ad-jungsin

    목차

      1. 왜 우리는 자꾸 미루게 될까요?

      미루는 습관은 많은 사람들의 일상적인 고민입니다.

      “내일부터 할게”, “지금 말고 좀 이따”라는 말이 반복되는 자신을 보며 좌절한 적 있으신가요?

      해야 할 일은 머릿속에서 선명한데,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유튜브, 인스타그램, 뉴스 기사로 도망치듯 흘러가는 하루. 그 후 밀려오는 자책감과 자기혐오까지.

      이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 반복되면 결국 ‘나는 원래 실행을 못 하는 사람이야’라는 자기 낙인이 생기게 됩니다.

      하지만 사실 미루기는 단순한 ‘의지 부족’이 아닙니다. 뇌가 그렇게 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복잡하거나 어려워 보이는 일, 실패 가능성이 있는 일,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일수록 우리는 더 많이 미루게 됩니다.

      그러니 우선 미루기를 자책하지 말고, ‘내 뇌가 왜 이렇게 반응하는지’부터 이해하는 게 먼저입니다.

      2. 미루기의 심리학 – 뇌는 왜 실행을 거부할까?

      우리가 미루는 이유는 단순히 게으르거나 나약해서가 아닙니다.

      뇌는 본능적으로 ‘쾌를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해야 할 일이 ‘부담’으로 인식되면, 뇌는 그것을 스트레스로 간주하고 가능한 피하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미루기의 출발점입니다.

      또한 실행에 들어가기 전, 우리의 뇌는 ‘선행 동기 회로’를 자극해야 하는데, 이 회로가 피곤하거나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때는 작동이 잘 안 됩니다.

      뇌는 그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지금은 안 돼”라는 판단을 내리게 되죠.

      이때 도파민 시스템은 보상을 더 쉽게 얻을 수 있는 행동으로는 영상 보기, 간식 먹기로 우리를 유도하게 됩니다.

      결국 해야 할 일은 미뤄지고, 우리는 미루는 자신을 비난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순간 뇌는 "더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또다시 도피를 선택합니다. 악순환입니다.

      3. CBT(인지행동치료)는 미루기를 어떻게 다룰까요?

      CBT, 즉 인지행동치료는 생각, 감정, 행동 사이의 연결을 분석하고 비효율적인 자동 사고와 행동을 수정하는 심리치료 기법입니다. 이 CBT는 미루기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실천력 부족을 감정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생각과 행동의 왜곡된 패턴'으로 다루는 것이 특징입니다.

      CBT는 단순히 ‘의지를 불태우자’는 접근이 아닙니다.

      오히려 왜 미루는지 그 구조를 이해하고, 구체적인 실행 단계를 통해 뇌를 설득하며 바꾸는 기술입니다.

      자동 사고를 포착하고, 행동을 점진적으로 수정하며, 자기비판을 줄이고 자기 효능감을 올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점점 더 ‘움직이는 사람’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4. 미루기 패턴 분석 – 나만의 자동사고 찾기

      미루기를 습관처럼 반복하는 사람들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자동사고가 있습니다. 자동사고란 특정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식 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과제를 하려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 “이걸 제대로 못 하면 어쩌지?”
      • “완벽하게 하지 않으면 의미 없어.”
      • “지금 시작해봤자 늦었어.”
      •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아. 내일 하는 게 나아.”

      이런 자동사고는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주고, 행동을 중지하게 만듭니다. CBT에서는 이러한 사고 패턴을 의식적으로 포착하고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나는 왜 미루는가?”에 대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때 떠오르는 머릿속 대사를 적어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 기록이 바로 행동 변화를 위한 첫 번째 열쇠가 됩니다.

      무엇이든 미루는 나, CBT로 실천력 키우기

      1). 사고 포착 – 미루는 순간 머릿속 대사를 기록하세요

      첫 번째 실천 단계는 미루고 있는 순간에 떠오른 생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설거지를 하려고 하다가 갑자기 휴대폰을 들었다면, “귀찮아, 지금은 좀 쉬고 싶어”라는 생각이 떠올랐을 겁니다. 그 생각을 즉시 적어봅니다. 예:

      지금 설거지를 미루고 있다.
      머릿속 생각: "귀찮다", "나중에 해도 돼", "지금 해야 뭐가 달라지겠어?"

      이렇게 사고를 글로 외부화하면, 뇌는 그 생각과 나 자신을 ‘구분’하기 시작합니다. 즉,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메타인지가 생기게 되고, 이는 바로 행동 선택의 자율성을 회복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첫걸음입니다.

      2). 생각 해체 – 미루는 생각의 허점을 찾아보기

      기록한 생각을 곱씹으며 질문을 던져보세요:

      • 이 생각은 사실인가요, 해석인가요?
      • 예전에 미뤘을 때 실제로 어떤 결과가 있었나요?
      • 이 생각이 계속 나를 도와줬나요, 아니면 방해했나요?

      예를 들어, “나중에 하면 더 잘할 수 있어”라는 생각이 늘 나왔다면, 실제로 나중에 잘했던 경험이 있었는지 검토해봅니다. 대부분은 ‘기억에 있는 것처럼 잘되지 않았고, 오히려 스트레스만 커졌다’는 답이 나올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내 생각의 허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습니다.

      • “완벽하게 하려다 아무것도 못 하는 것보다, 70%라도 하는 게 낫다.”
      • “5분만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멈추자.”
      • “내일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어. 지금이 제일 나은 시점일 수도 있어.”

      3). 행동 실험 – 아주 작은 실행부터 시작하기

      CBT의 핵심은 생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바꾸는 것을 통해 생각과 감정을 바꾸는 것입니다.

      미루는 습관을 고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래와 같이 ‘작은 행동 실험’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 글쓰기 미루는 사람 → 노트 꺼내 제목만 쓰기
      • 운동 미루는 사람 → 운동복만 입기
      • 전화 미루는 사람 → 연락처 눌러보기만 하기

      이처럼 "행동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핵심입니다.

      작은 성공을 경험하면 뇌는 “이 정도면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고,

      이 경험이 자기효능감을 키워 다시 실행의 동기가 됩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쌓아 올리면, 점점 더 많은 행동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습니다.

      4). 습관화 전략 – 실천력을 끌어올리는 심리 루틴

      작은 행동이 반복되면 습관이 됩니다.

      이때 중요한 건 행동을 기억하고 유지하게 만드는 심리 장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전략이 효과적입니다.

      • 루틴 알람 설정: “5분만 해보자” 알람으로 시작하기
      • 타이머 사용: 10분 타이머로 ‘딱 거기까지’ 시도
      • 보상 설정: 실행 후 커피, 산책, 영상 보기 등 작지만 확실한 보상
      • 성공기록 노트: 내가 실행한 행동을 매일 기록하고 체크

      이러한 장치는 뇌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고, 실천력이 강화되는 조건반사적 반응을 만들어줍니다.

      심리학적으로도 습관은 의지보다 ‘환경과 구조의 힘’에 의해 지속된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CBT는 이런 시스템적 접근을 통해 뇌의 반복 회로를 새로 세팅합니다.

      5. 실천력 회복, CBT로 변화한 사람들의 이야기

      1). 사례 1. 10년째 글을 쓰지 못한 예비 작가 희정씨
      희정씨는 아이디어는 많았지만, 매번 “지금 써봤자 별 거 안 나올 것 같아”라는 생각에 미루기만 했습니다.

      CBT 사고기록표를 통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대체 사고를 연습했고, 매일 노트에 제목 한 줄 쓰기부터 시작했습니다. 3개월 후, 그녀는 블로그에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2). 사례 2. 운동을 미루는 직장인 성호씨
      운동복을 꺼내기만 하면 다시 눕던 성호씨는 ‘5분 걷기 챌린지’를 스스로 설계했습니다.

      행동 실험을 반복한 끝에 그는 점차 10분, 20분으로 시간을 늘렸고, 6개월 뒤에는 5km 마라톤에 참가했습니다.

      그는 “중요한 건 대단한 실행이 아니라, 계속하는 루틴이었다”고 말합니다.

      6. 미루는 나를 탓하지 말고 이해하세요

      무엇이든 미루는 나를 바꾸는 건 고통스러운 싸움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왜 미루는지를 이해하고, 내 뇌와 심리를 다르게 다루는 새로운 방식을 익히는 것입니다.

      CBT는 그 과정을 안전하고 실질적으로 도와주는 심리 도구입니다.

      오늘 미뤘다고 실망하지 마세요.

      내일 한 발자국 움직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한 걸음은 바로 지금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이 순간부터 시작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