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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에 갇힌 청년들
스물셋이 되던 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은데 막상 나를 설명하라면 한 문장도 못 내놓겠더라고요.누군가는 꿈이 뚜렷해 보이고, 누군가는 자기 길을 잘 찾아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는 여전히 방황 중이었습니다.
정체성 혼란은 단순한 '일시적인 고민'이 아닙니다.
삶의 방향, 자존감, 인간관계까지 모든 것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그리고 많은 청년들이 그 물음 앞에서 길을 잃고 있습니다.2. 왜 정체성 혼란은 청년기에 찾아올까?
정체성 혼란은 20대, 특히 청년기 초반에 유난히 자주 발생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인생의 방향을 스스로 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고등학교까지는 비교적 정해진 궤도를 따라갑니다.
- 대학 입학, 취업 준비, 인간관계의 재편 등 본격적으로 '자기 선택의 시대'가 시작되면
"나는 누구지?"라는 고민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은 이를 '정체감 대 혼란'의 발달단계라 설명합니다.
즉, 청년기의 핵심 과제는 ‘자기 정체성 확립’이며, 이 시기를 잘 보내지 못하면 ‘혼란과 불안’이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습니다.3. 정체성 혼란의 7가지 신호
혹시 아래 중 한 가지라도 해당된다면, 지금 당신은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 나를 소개하려 하면 말문이 막힌다.
- 하루하루 목표 없이 살아가는 느낌이 든다.
- 남들과 비교하며 괴롭다.
- ‘이 길이 맞나?’ 늘 의심스럽다.
- 감정 기복이 심하고 방향 감각이 없다.
- ‘나는 왜 이렇게 애매하지?’라는 생각이 반복된다.
이 신호는 단지 우울감의 문제를 넘어서,
자기 탐색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내부 알람일지도 모릅니다.4. CBT(인지행동치료)가 정체성 탐색에 효과적인 이유
CBT는 원래 불안, 우울, 공황 등 정신건강 문제에 널리 쓰이는 심리치료 기법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정체성 문제, 자존감, 관계 문제 등 청년기 고민 전반에 활용되고 있습니다.왜 그럴까요?
CBT는 ‘감정’을 다루기보다, 그 감정의 근원이 되는 ‘생각’을 다루기 때문입니다."나는 가치 없어."
"나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
"나는 그냥 아무도 필요 없는 존재 같아."이런 생각은 대개 팩트가 아니라 왜곡된 인식입니다.
CBT는 이 왜곡된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보다 건강한 자기 인식으로 재설계하는 도구입니다.5. CBT 기반 자기 탐색법 5단계
정체성을 찾는 여정은 어렵지만, CBT 방식으로 접근하면 체계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단계별로 하나씩 정리해보겠습니다.1단계: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이라고 믿고 있나요?
CBT는 자동사고(automatic thought)를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정체성 혼란의 중심에는 ‘내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가 있습니다.예시 질문
-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 “나는 어떤 가치가 있다고 믿고 있나요?”
- “내가 나를 싫어하는 이유는 뭔가요?”
👉 매일 아침, 일기처럼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생각을 써보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처음엔 혼란스러워도, 한 달만 지속하면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2단계: 내 사고에는 어떤 왜곡이 있나요?
많은 청년들이 자신을 설명할 때 다음과 같은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 “나는 항상 부족해.”
- “나는 실패자야.”
- “나는 결정장애라서 뭐든 못 해.”
이 말들은 대부분 사고 왜곡(cognitive distortion)입니다.
CBT는 이런 왜곡된 인식을 10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방식을 씁니다.대표적인 왜곡 유형과 대체 사고:
👉 매일 반복되는 부정적 생각을 생각 기록지에 정리하고,
대안을 찾아 적는 습관을 들이세요. 생각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쓰기’입니다.3단계: 나를 설명하는 키워드를 찾아라
CBT 기반 정체성 탐색에서는 ‘나를 정의하는 단어’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 키워드 리스트 예시:
- 성격: 조용하지만 관찰력이 좋은
- 강점: 글쓰기, 경청, 기획
- 관심사: 인간관계, 여행, 음악
- 신념: 정직한 것이 최선이다
👉 ‘자기 키워드 10가지’를 적고, 그것을 기반으로 ‘나’라는 사람을 정의해보세요.
처음엔 막연하지만, 반복하면 명확해집니다.4단계: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 정하기
정체성 탐색은 단순히 ‘지금 나’를 아는 걸 넘어서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를 설정하는 작업입니다.질문 예시:
-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예: 자유, 안정, 성장)
- 나에게 의미 있는 삶이란?
- 내가 존경하는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았는가?
👉 답을 말로 하긴 어려워도, 글로 쓰면 명료해집니다.
자기만의 가치 지도(value map)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5단계: 내면의 비판자와 대화하기
청년기 정체성 혼란의 핵심은
내 안의 비판적 목소리와의 싸움입니다.“이게 뭐야, 유치해.”
“이런다고 달라질까?”
“넌 그냥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야.”CBT에서는 이 내면의 비판자를 ‘인지 왜곡의 총집합’이라 보고,
그 목소리에 반박하는 연습을 꾸준히 시도합니다.👉 기록법 예시
- 비판자: "넌 맨날 포기하잖아."
- 나: "포기한 적도 있지만, 해낸 적도 많아. 나는 노력하는 사람이야."
6. 정체성 탐색은 '정답'이 아닌 '방향'을 찾는 여정
많은 청년들이 착각합니다.
“정체성은 꼭 하나의 직업, 역할, 정체성으로 정의돼야 한다”고요.하지만 실제로는,
정체성은 변화 가능하고, 유연하며, 반복적인 탐색 대상입니다.나를 하나로 규정하지 마세요.
‘나는 글도 좋아하고, 사람도 좋아하고,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모순된 모습 속에서 ‘진짜 나’는 존재합니다.7. 실제 사례: 정체성을 찾아간 24세 경영학도 이야기
은정(가명, 24세)은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었지만 스스로를 ‘비전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습니다.
시험도 통과 못하고, 취업 준비도 막막했고, 자신이 왜 사는지도 모르겠다고 털어놨습니다.CBT 방식의 자기 탐색 과정을 함께 하면서 자동사고 → 사고 왜곡 → 대체사고를 수개월 동안 연습했고,
자신의 가치와 강점을 정리해 보며 '나는 소외된 이들을 돕고 싶다'는 정체성을 발견했습니다.그 이후, 사회복지 쪽 인턴을 시작하며 삶의 방향성이 달라졌고 무기력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선택을 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8. 나를 제대로 알면, 나 다운 삶이 시작됩니다
정체성 혼란은 누구나 겪는 당연한 과도기입니다.
하지만 이 과도기를 의미 있게 보내는 사람만이 진짜 자기다운 삶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CBT는 단순히 생각을 고치는 기법이 아니라, 나를 알아가는 도구입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이해하며, 나답게 사는 방법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지금부터라도 하루 10분,
당신 자신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생각보다 훨씬 놀라운 당신이 그 안에 숨어 있을지 모릅니다.'인지행동치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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