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리의 블로그

인지행동치료는 생각과 감정, 행동의 고리를 인식하고 바꾸는 훈련으로, 자기 마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되짚는 섬세한 과정을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돕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블로그를 개설하였습니다. 쿠키, 웹 비콘, IP 주소 또는 기타 식별자의 사용과 같이 이용된 기술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여 Google 제품 및 서비스를 사용한 결과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 수집, 공유 및 사용을 명확하게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문의사항

  • 2025. 4. 22.

    by. ad-jungsin

    목차

      1.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에 갇힌 청년들

      스물셋이 되던 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은데 막상 나를 설명하라면 한 문장도 못 내놓겠더라고요.

      누군가는 꿈이 뚜렷해 보이고, 누군가는 자기 길을 잘 찾아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는 여전히 방황 중이었습니다.

      정체성 혼란은 단순한 '일시적인 고민'이 아닙니다.
      삶의 방향, 자존감, 인간관계까지 모든 것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그리고 많은 청년들이 그 물음 앞에서 길을 잃고 있습니다.

      2. 왜 정체성 혼란은 청년기에 찾아올까?

      정체성 혼란은 20대, 특히 청년기 초반에 유난히 자주 발생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인생의 방향을 스스로 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고등학교까지는 비교적 정해진 궤도를 따라갑니다.
      • 대학 입학, 취업 준비, 인간관계의 재편 등 본격적으로 '자기 선택의 시대'가 시작되면
        "나는 누구지?"라는 고민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은 이를 '정체감 대 혼란'의 발달단계라 설명합니다.
      즉, 청년기의 핵심 과제는 ‘자기 정체성 확립’이며, 이 시기를 잘 보내지 못하면 ‘혼란과 불안’이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습니다.

      3. 정체성 혼란의 7가지 신호

      혹시 아래 중 한 가지라도 해당된다면, 지금 당신은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1.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2. 나를 소개하려 하면 말문이 막힌다.
      3. 하루하루 목표 없이 살아가는 느낌이 든다.
      4. 남들과 비교하며 괴롭다.
      5. ‘이 길이 맞나?’ 늘 의심스럽다.
      6. 감정 기복이 심하고 방향 감각이 없다.
      7. ‘나는 왜 이렇게 애매하지?’라는 생각이 반복된다.

      이 신호는 단지 우울감의 문제를 넘어서,
      자기 탐색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내부 알람일지도 모릅니다.

      4. CBT(인지행동치료)가 정체성 탐색에 효과적인 이유

      CBT는 원래 불안, 우울, 공황 등 정신건강 문제에 널리 쓰이는 심리치료 기법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정체성 문제, 자존감, 관계 문제 등 청년기 고민 전반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CBT는 ‘감정’을 다루기보다, 그 감정의 근원이 되는 ‘생각’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나는 가치 없어."
      "나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
      "나는 그냥 아무도 필요 없는 존재 같아."

      이런 생각은 대개 팩트가 아니라 왜곡된 인식입니다.
      CBT는 이 왜곡된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보다 건강한 자기 인식으로 재설계하는 도구입니다.

      5. CBT 기반 자기 탐색법 5단계

      정체성을 찾는 여정은 어렵지만, CBT 방식으로 접근하면 체계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단계별로 하나씩 정리해보겠습니다.

      정체성 혼란을 겪는 청년층을 위한 CBT 자기 탐색법

       

      1단계: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이라고 믿고 있나요?

      CBT는 자동사고(automatic thought)를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정체성 혼란의 중심에는 ‘내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가 있습니다.

      예시 질문

      •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 “나는 어떤 가치가 있다고 믿고 있나요?”
      • “내가 나를 싫어하는 이유는 뭔가요?”

      👉 매일 아침, 일기처럼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생각을 써보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처음엔 혼란스러워도, 한 달만 지속하면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2단계: 내 사고에는 어떤 왜곡이 있나요?

      많은 청년들이 자신을 설명할 때 다음과 같은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 “나는 항상 부족해.”
      • “나는 실패자야.”
      • “나는 결정장애라서 뭐든 못 해.”

      이 말들은 대부분 사고 왜곡(cognitive distortion)입니다.
      CBT는 이런 왜곡된 인식을 10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방식을 씁니다.

      대표적인 왜곡 유형과 대체 사고:

      대표적인 왜곡 유형과 대체 사고

      👉 매일 반복되는 부정적 생각을 생각 기록지에 정리하고,
      대안을 찾아 적는 습관을 들이세요. 생각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쓰기’입니다.

      3단계: 나를 설명하는 키워드를 찾아라

      CBT 기반 정체성 탐색에서는 ‘나를 정의하는 단어’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 키워드 리스트 예시:

      • 성격: 조용하지만 관찰력이 좋은
      • 강점: 글쓰기, 경청, 기획
      • 관심사: 인간관계, 여행, 음악
      • 신념: 정직한 것이 최선이다

      👉 ‘자기 키워드 10가지’를 적고, 그것을 기반으로 ‘나’라는 사람을 정의해보세요.
      처음엔 막연하지만, 반복하면 명확해집니다.

      4단계: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 정하기

      정체성 탐색은 단순히 ‘지금 나’를 아는 걸 넘어서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를 설정하는 작업입니다.

      질문 예시:

      •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예: 자유, 안정, 성장)
      • 나에게 의미 있는 삶이란?
      • 내가 존경하는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았는가?

      👉 답을 말로 하긴 어려워도, 글로 쓰면 명료해집니다.
      자기만의 가치 지도(value map)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5단계: 내면의 비판자와 대화하기

      청년기 정체성 혼란의 핵심은
      내 안의 비판적 목소리와의 싸움입니다.

      “이게 뭐야, 유치해.”
      “이런다고 달라질까?”
      “넌 그냥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야.”

      CBT에서는 이 내면의 비판자를 ‘인지 왜곡의 총집합’이라 보고,
      그 목소리에 반박하는 연습을 꾸준히 시도합니다.

      👉 기록법 예시

      • 비판자: "넌 맨날 포기하잖아."
      • 나: "포기한 적도 있지만, 해낸 적도 많아. 나는 노력하는 사람이야."

      6. 정체성 탐색은 '정답'이 아닌 '방향'을 찾는 여정

      많은 청년들이 착각합니다.
      “정체성은 꼭 하나의 직업, 역할, 정체성으로 정의돼야 한다”고요.

      하지만 실제로는,
      정체성은 변화 가능하고, 유연하며, 반복적인 탐색 대상입니다.

      나를 하나로 규정하지 마세요.
      ‘나는 글도 좋아하고, 사람도 좋아하고,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모순된 모습 속에서 ‘진짜 나’는 존재합니다.

      7. 실제 사례: 정체성을 찾아간 24세 경영학도 이야기

      은정(가명, 24세)은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었지만 스스로를 ‘비전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습니다.
      시험도 통과 못하고, 취업 준비도 막막했고, 자신이 왜 사는지도 모르겠다고 털어놨습니다.

      CBT 방식의 자기 탐색 과정을 함께 하면서 자동사고 → 사고 왜곡 → 대체사고를 수개월 동안 연습했고,
      자신의 가치와 강점을 정리해 보며 '나는 소외된 이들을 돕고 싶다'는 정체성을 발견했습니다.

      그 이후, 사회복지 쪽 인턴을 시작하며 삶의 방향성이 달라졌고 무기력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선택을 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8. 나를 제대로 알면, 나 다운 삶이 시작됩니다

      정체성 혼란은 누구나 겪는 당연한 과도기입니다.
      하지만 이 과도기를 의미 있게 보내는 사람만이 진짜 자기다운 삶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CBT는 단순히 생각을 고치는 기법이 아니라, 나를 알아가는 도구입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이해하며, 나답게 사는 방법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지금부터라도 하루 10분,
      당신 자신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생각보다 훨씬 놀라운 당신이 그 안에 숨어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