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리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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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6. 26.

    by. ad-jungsin

    목차

       

      1. 피로가 쌓일 때,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생각의 흐름’입니다

      “왜 이렇게 피곤하지…”
      충분히 자고, 밥도 챙겨 먹고, 겉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도 기진맥진한 날이 있습니다.
      몸보다는 정신이 무거운 느낌, 움직이는 것 자체가 버겁고,
      사소한 일도 시작하기 전에 에너지가 다 소진된 것처럼 느껴지죠.

      우리는 흔히 이 피로의 원인을 수면 부족이나 일 과중 같은 물리적 요소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지행동치료(CBT)에서는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바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사고 패턴이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피로는 단순한 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머릿속 생각의 구조가 나를 지치게 만들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자동사고,
      ‘해야 한다’, ‘못 하면 안 된다’, ‘또 실수하면 어떡하지’ 같은 생각들이
      우리를 쉬지도 못하게 하고,
      에너지를 쓸 곳보다 생각 속에서 모두 소진하게 만듭니다.


      2. 자동사고는 뇌의 에너지를 소진시킵니다

      CBT에서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채 반복하는 생각을 **‘자동사고(automatic thought)’**라고 부릅니다.
      이 사고는 빠르고, 자동으로 떠오르며, 대부분 비합리적이고 과장된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일정을 앞두고 “실수하면 끝이야”, “모두가 날 실망할 거야” 같은 생각이 계속 들면
      그것이 감정으로 전환되고, 우리 몸은 실제로 위협 상황에 반응하듯 긴장합니다.
      이게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되면,
      뇌는 늘 긴장 상태를 유지하면서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하게 됩니다.

      피로가 쌓이는 건, 단지 육체의 문제가 아니라
      끊임없이 과부하 걸린 사고 회로 때문일 수 있다는 사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습니다.

      생각이 계속 반복되고, 그 안에서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잠시도 ‘멈춤’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몸은 아무리 쉬어도 피로가 해소되지 않습니다.
      진짜 문제는 지친 뇌일지도 모릅니다.


      3. 피로한 날, 감정보다 사고를 먼저 들여다보세요

      많은 사람들이 피곤하면 감정을 탓합니다.
      “기분이 가라앉아서 그래”, “오늘따라 우울해서 그래.”
      물론 감정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감정은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패턴화되어 반복된다면,
      감정도, 피로도 매번 비슷하게 찾아오게 됩니다.

      CBT는 사고-감정-행동의 흐름을 관찰하는 기법입니다.
      가령, “나는 이걸 해내야만 해” → “긴장감” → “계속 머릿속 시뮬레이션 반복” → “피로”
      이런 순서의 흐름을 자주 겪는 사람이라면
      그 피로의 원인은 신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한 압박감에서 비롯됐을 수 있습니다.

      저는 피로할 때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 지금 내가 반복해서 떠올리는 생각은 뭔가?
      • 그 생각은 얼마나 현실적인가?
      • 꼭 지금 해야만 하는가?

      이 세 가지 질문은 피로를 감정이 아니라 사고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출발점이 됩니다.


      4. ‘해야 한다’라는 사고 패턴이 만든 피로

      CBT에서는 특정 사고 유형이 정서적 피로를 유발한다고 설명합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당위적 사고(must/should statements)’**입니다.

      예를 들어:

      • “나는 항상 완벽해야 한다.”
      • “사람들에게 항상 친절해야 한다.”
      • “나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이런 생각들은 겉으론 성실해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항상 스스로를 긴장시키는 명령문으로 작동합니다.
      그리고 이 명령문이 쌓이면 쌓일수록,
      심리적인 에너지는 마치 새는 수도꼭지처럼 소진되어갑니다.

      저는 예전엔 ‘잘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소한 일도 완벽하게 하려고 애썼고,
      그로 인해 한 주가 지나면 아무 일도 안 하고 싶을 만큼 탈진하곤 했습니다.
      CBT를 배우고 나서야,
      그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내 삶을 조용히 갉아먹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지치는 이유는 일을 많이 해서가 아니라,
      그 일을 대하는 마음의 태도가 너무 딱딱하고 날카로워서일 수 있습니다.


      5. 감정 기록 – 피로한 생각을 글로 ‘정지’시키기

      생각은 계속 머릿속에서 돌아가고,
      그게 쌓이면 피로는 눈덩이처럼 커집니다.
      이럴 땐 머릿속에서 생각을 빼내 종이에 적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정서적 이완이 일어납니다.

      CBT에서는 이를 감정·사고 기록이라고 부릅니다.
      단순한 일기와는 다릅니다.
      단순히 “오늘 너무 피곤했다”가 아니라,

      • 어떤 상황에서 피로를 느꼈는지
      • 그때 떠올랐던 생각은 무엇이었는지
      • 그 생각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 대안적인 사고는 어떤 게 가능한지

      이런 질문들을 통해 감정을 구조화하고,
      그 감정을 만든 사고 흐름을 ‘중지’시키는 훈련을 합니다.

      저는 피곤할 때 노트에 이렇게 씁니다.
      “오늘 피로한 이유는 단지 일 때문만은 아니다.
      계속 ‘잘해야 해’라는 생각이 날 지치게 했다.
      사실 조금 부족해도 괜찮은 일이었다.”

      이 한 줄로 머릿속 사고 회로가 살짝 정지되고,
      감정이 흘러나갈 구멍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6. ‘인지적 휴식’을 위한 5분 생각 멈춤 루틴

      우리는 종종 몸은 쉬고 있어도, 생각은 멈추지 않고 계속 작동합니다.
      침대에 누워서도 오늘 있었던 대화, 내일 해야 할 일, 후회와 걱정으로
      머릿속이 시끄러울 때, 진짜 피로는 쌓이기 시작합니다.

      이럴 때 가장 효과적인 것은 인지적 휴식입니다.
      CBT에서 자주 활용되는 기술 중 하나는 **‘사고 멈춤(Thought stopping)’**이라는 기법입니다.
      이는 단순히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생각을 잠시 내려놓는 루틴’을 훈련하는 것입니다.

      제가 사용하는 5분 루틴은 이렇습니다:

      1. 조용한 공간에 앉아 눈을 감는다.
      2. ‘지금 생각 중단’을 선언하고,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을 관찰만 한다.
      3. 감정이나 이미지가 올라오면, 그것을 종이에 그려낸다. (말이 아니라 이미지로!)
      4. 5분 후, 짧게 ‘지금 필요한 말’을 적는다. (예: “지금 충분히 쉬어도 돼.”)

      이 짧은 5분이 생각의 엔진을 식혀줍니다.
      이건 ‘생각을 억누르는 훈련’이 아니라,
      내 생각을 안전하게 내려놓는 연습입니다.


      7. 나를 지치게 하는 말습관을 알아차리기

      우리가 스스로에게 어떤 말을 반복하느냐는,
      몸과 마음의 피로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아래와 같은 문장은 무의식적으로 뇌에 긴장을 유발합니다.

      • “이건 꼭 해내야 해.”
      • “내가 아니면 안 돼.”
      • “실수하면 끝이야.”
      • “다들 하는데 나만 못 해.”

      이러한 자기 언어는 하루 수십 번 반복되며,
      우리의 심리적 회복력을 고갈시킵니다.
      CBT는 이 자동적인 언어 습관을 의식화하고,
      ‘스스로에게 어떤 말투로 이야기하고 있는가’를 바꿔가는 훈련을 강조합니다.

      저는 이를 위해 ‘내 언어 일지’를 만들었습니다.
      피곤한 날, 스스로에게 무심코 던진 말들을 적고
      그 아래에 더 건강한 언어로 다시 써보는 것입니다.

      예:

      • “오늘도 제대로 못했어.” → “지친 상태에서 최선을 다한 거야.”
      • “이게 뭐라고 힘들어하지?” → “힘들다고 느끼는 것도 정당한 감정이야.”

      말은 생각을 바꾸고,
      생각은 감정을 변화시키며,
      감정은 곧 몸의 반응을 바꿉니다.
      말습관은 우리가 피로를 어떻게 다룰지를 결정짓는 가장 쉬운 루틴입니다.


      8. 나만의 피로 트리거를 파악하는 ‘감정 지도’ 만들기

      모든 피로가 같은 원인에서 오는 건 아닙니다.
      누군가는 인간관계에서,
      누군가는 자기비교에서,
      또 누군가는 완벽주의적인 일정 관리에서 피로를 느낍니다.

      CBT에서는 자신만의 감정 트리거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건 단순히 ‘나는 이런 일에 약해요’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특정한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감정적 피로 패턴’을 관찰하는 과정입니다.

      예를 들어, 나는 매주 월요일 오전 회의가 지나가면 심한 피로감을 느낀다.
      그 감정의 정체는 무엇일까?
      → 회의 전, “준비가 부족해 보이면 무시당할지도 몰라”라는 불안이 작동하고 있다.
      → 그 불안이 신체적 긴장, 사고 과다, 방어적 말투로 연결되고, 회의 후에는 탈진으로 이어진다.

      이런 식으로 감정의 흐름을 ‘지도’처럼 그려보는 겁니다.
      저는 이를 감정 흐름표로 일주일에 한 번 정리합니다.
      그렇게 하면 반복되는 사고 패턴과 피로 루트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내가 예민해서가 아니라,
      그 상황에서 작동하는 사고 패턴이 예민했던 것
      일 수 있습니다.

      일상을 삼키는 피로, 사고 패턴에서 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9. 심리적 에너지를 회복하는 나만의 돌봄 루틴 만들기

      CBT에서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스스로의 심리 패턴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자기 돌봄의 습관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저는 이를 ‘심리 충전 습관’이라고 부릅니다.
      무기력해지기 전, 생각에 압도되기 전에
      미리 충전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어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

      • 하루 10분, 아무 생각 없이 손으로 무언가 그려보기
      • 스마트폰 없이 산책하며 머릿속 정리하기
      • 하루 1회 감정-사고-행동 구조 기록하기
      • “나는 내 생각을 선택할 수 있다”라는 자기 암시 반복하기

      이건 남들이 보기에 별것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심리적 에너지에는 예방 주사 같은 역할을 합니다.
      CBT는 우리가 감정을 조절하는 존재가 아니라,
      감정을 읽고 설계할 수 있는 존재임을 알려줍니다.

      자기 돌봄은 의지가 아니라, 시스템입니다.
      그 시스템은 반복되는 습관에서 탄생합니다.


      10. 피로는 약함이 아니라, 마음이 보내는 정당한 메시지입니다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지치는 건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너무 오래 견뎌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지침은, 당신의 뇌와 마음이 보내는
      ‘이제 잠시 멈춰도 괜찮아’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CBT는 그 신호를 무시하거나 이겨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신호를 읽고, 듣고, 다루는 훈련을 제안합니다.
      그 속엔 자존감, 자기 보호, 감정 해석, 그리고 회복이 담겨 있습니다.

      피로는 결코 무시해도 되는 감정이 아닙니다.
      그건 신체가 아닌, 사고 구조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감정의 희생자가 아니라
      생각을 다룰 수 있는 주체로 변화하게 됩니다.

      오늘도 피곤한 당신,
      그 피로는 당신을 나무라는 게 아니라
      그저 쉬자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 신호를 받아들이고, 오늘 하루 단 하나의 루틴만 시작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