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리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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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6. 28.

    by. ad-jungsin

    목차

      1. 자꾸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 혹시 나만 이상한 걸까?

      “왜 난 또 같은 실수를 했을까…”
      회사를 나와서 돌아가는 지하철 안,
      혼잣말처럼 내뱉는 말 한 줄에
      마음이 무너지고, 자존감은 아래로 푹 꺼집니다.

      물론 실수는 누구나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입니다.
      그땐 단순한 실수라기보다,
      ‘내가 뭔가 잘못된 사람인가’ 하는 자기 의심이 시작되기 쉽죠.

      그런데 심리학에서는 이 반복 실수의 근원이 ‘의지’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우리 뇌가 잘못된 방식으로 정보를 해석하는 사고의 습관
      ,
      ‘인지 왜곡(cognitive distortion)’ 때문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실수를 반복하는 진짜 이유는
      실패한 행동 그 자체보다,
      그 실패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방식이
      항상 같은 틀에서 굳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2. 인지 왜곡이란 무엇이고, 왜 무서운가요?

      인지 왜곡이란 말 그대로,
      세상과 자신을 바라보는 생각의 틀이 비뚤어진 상태를 말합니다.
      즉,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왜곡된 렌즈를 통해 자신을 해석하고 판단하게 되는 심리적 습관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말들:

      • “이건 내가 항상 못하는 부분이야.”
      • “또 실패했으니 난 역시 안 돼.”
      • “저 사람도 날 무시하는 게 틀림없어.”

      이런 사고는 팩트라기보다,
      과거 경험 + 감정 + 편향된 믿음의 결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뇌가 이 왜곡된 해석을 ‘사실’처럼 믿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왜곡이 강화되면,
      실수를 했을 때 그것을 배움의 기회로 보기보단,
      ‘나는 원래 못하는 사람’이라는 자기 정체성의 증거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결국 실수보다 더 무서운 건
      그 실수를 바라보는 왜곡된 해석입니다.
      그리고 이 해석이 우리를 다음 실수로 끌고 갑니다.
      그게 반복의 원인입니다.


      3. 가장 흔한 10가지 인지 왜곡 유형

      CBT에서는 우리가 흔히 빠지는 대표적인 인지 왜곡 유형을 분류해 설명합니다.
      그중 가장 반복 실수와 관련 있는 주요 유형 10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이분법적 사고 – 흑백 논리, ‘완벽하지 않으면 실패’
      2. 과잉 일반화 – 한 번의 실패 → “난 늘 이래.”
      3. 정신적 여과 – 부정적인 것만 확대해서 보기
      4. 감정적 추론 – “불안하니까 이건 나쁜 징조야.”
      5. 당위적 사고 – “나는 항상 잘해야 해.”
      6. 개인화 – 일어난 모든 일이 내 탓처럼 느껴짐
      7. 비극화 – 작은 실수를 큰 실패로 확대
      8. 명찰 붙이기 – “난 게으른 사람이다.”
      9. 독심술 – 상대가 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확신
      10. 미래 예측 – “이건 또 실패할 거야.”

      이 사고 패턴들은 ‘실수’를 단순한 행동적 결과가 아니라
      정체성과 연결된 자기 예언으로 만들어버립니다.

      그리고 뇌는 그 예언을 충실히 실현하려고 합니다.


      4. 실수 후 뇌가 자동으로 펼치는 ‘인지 왜곡 시나리오’

      실수를 했을 때 우리 뇌는 자동적으로 하나의 사고 루틴을 작동시킵니다.
      이건 거의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그리고 강하게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실수 → “이번에도 못했어.” → “나는 역시 문제 있는 사람인가 봐.” → 위축 → 다시 실수.

      이건 단순한 부정적인 생각이 아니라,
      정서 반응 + 자기 정체성 왜곡 + 미래 예측까지 이어지는 ‘내면의 자동 드라마’입니다.

      CBT에서는 이걸 **자동사고(automatic thought)**라 부르고,
      그걸 정지시키고 재구성하는 훈련이 핵심입니다.

      내가 실패할 때마다 왜 똑같은 감정, 똑같은 말, 똑같은 실망으로 끝나는지를
      하나의 사고 시나리오로 기록해보면 놀라운 패턴이 보입니다.

      문제는 행동이 아니라,
      그 행동을 바라보는 고정된 내적 프레임입니다.
      프레임이 바뀌지 않으면, 실수는 계속 같은 자리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5. 실수를 줄이는 첫 번째 훈련 – 자동사고 포착하기

      반복 실수를 멈추기 위한 첫걸음은
      **실수 직후 떠오르는 자동사고를 ‘의식적으로 포착하는 것’**입니다.

      CBT에서는 이를 위해 ‘사고-감정-행동’ 기록지를 사용합니다.

      예시:

      • 상황: 팀 회의에서 의견을 냈다가 무시당함
      • 자동사고: “역시 내가 말하면 별로인가 보다.”
      • 감정: 위축, 수치심
      • 행동: 그 뒤론 아무 말도 하지 않음
      • 대안사고: “상대의 반응이 내 가치와 상관 있는 건 아니다.”

      이 기록은 ‘무슨 일이 있었나’보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는가’에 집중하는 도구입니다.
      이 훈련을 일주일만 해보면,
      실수의 원인이 행동이 아니라 사고 구조에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느낄 수 있습니다.


      6. 대안사고 만들기 – 왜곡된 믿음을 균형 있게 재구성하기

      대안사고는 단순한 긍정적인 말이 아닙니다.
      그건 현실에 기반한, 균형 잡힌 생각의 복원입니다.

      예를 들어:
      자동사고: “이 프로젝트도 결국 실패했으니 난 무능력자야.”
      대안사고: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이전보다 훨씬 더 준비했다. 그건 성장의 증거다.”

      CBT에서는 이 과정을 통해 뇌에 새로운 사고 경로를 만들어줍니다.
      이건 일종의 심리적 신경 회로 훈련입니다.
      뇌는 반복되는 생각에 반응합니다.
      반복되는 ‘왜곡’ 대신 반복되는 ‘재구성’을 하면,
      감정 반응도 자연스럽게 바뀌게 됩니다.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 인지 왜곡 속에 있다


      7. 인지 왜곡이 계속되면 자존감은 침묵합니다

      실수보다 더 무서운 건,
      그 실수를 ‘나는 가치 없는 사람’이라는 결론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이걸 반복하다 보면
      실수를 해석하는 유일한 언어가 ‘비난’이 됩니다.
      그리고 자존감은 점점 목소리를 잃게 됩니다.

      CBT는 자기비난의 언어를 멈추고,
      자기이해의 언어로 전환하는 기술
      을 제공합니다.
      이건 감정을 돌보는 동시에,
      ‘생각의 언어’를 회복하는 작업입니다.

      말은 감정을 결정하고,
      감정은 행동을 이끌고,
      행동은 실수의 빈도를 줄입니다.


      8. 생각을 멈추는 연습 – 인지적 거리두기(Diffusion)

      반복 실수의 상당수는
      ‘지나친 몰입’에서 옵니다.
      즉, 실수 → 그 생각에 사로잡힘 → 감정 폭주 → 행동 불능 → 또 실수

      CBT에서는 이 패턴을 막기 위해 **인지적 거리두기(Cognitive Diffusion)**를 훈련합니다.
      이는 내 생각을 ‘진실’이 아닌 ‘경험 중 하나’로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는 것입니다.

      예:
      “난 틀렸어” → “지금 ‘틀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나가고 있구나.”
      이 시선 하나만으로
      감정 반응의 세기는 눈에 띄게 낮아집니다.

      생각과 나를 분리하면,
      내 사고는 나를 통제하는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정보가 됩니다.


      9. 실수를 돌아보는 법 – CBT식 감정 복기 루틴

      실수를 ‘왜 그랬지’라고만 묻는 건
      다시 자책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CBT에서는 실수를 감정 중심이 아닌
      사고-감정-행동 흐름으로 구조화해 복기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복기 예시:

      1. 어떤 상황이었는가?
      2.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가?
      3. 그 감정은 무엇이었는가?
      4. 어떤 행동을 했고,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가?
      5. 다시 돌아간다면 어떤 대안사고와 행동이 가능했을까?

      이 훈련은 실수를 ‘비난’이 아닌 ‘배움’으로 바꾸고,
      감정이 아닌 시스템으로 기억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게 반복을 막는 유일한 길입니다.


      10. 실수는 패턴의 결과, 그리고 패턴은 바꿀 수 있습니다

      실수는 우연이 아닙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생각의 습관이 만든 결과물입니다.
      인지 왜곡은 습관이고,
      습관은 훈련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CBT는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과학적인 심리 체계입니다.
      이걸 안다는 건
      “내가 왜 또 이랬을까?”라는 질문 대신
      “이번 생각은 어떤 패턴에서 나왔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이 바뀌는 순간,
      당신은 더 이상 실수하는 자신을 탓하지 않을 수 있게 됩니다.
      그저 패턴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자가 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