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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생리주기와 감정 변화는 왜 일어날까요?
여성의 몸은 매달 아주 정교한 시계처럼 작동합니다. 그 시계는 바로 생리주기입니다.
이 주기는 단순히 생리혈이 나오는 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과 이후의 전반적인 신체 및 심리 상태에 영향을 줍니다.
마치 바다가 밀물과 썰물로 리듬을 갖듯, 우리의 몸도 호르몬의 흐름에 따라 기분, 에너지, 사고방식이 함께 변합니다.
우리는 흔히 ‘감정 기복이 심하다’, ‘예민하다’는 표현을 들을 때 부정적인 인상을 받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감정의 변화는 정상적인 생리 과정의 일부입니다.
생리주기는 여포기, 배란기, 황체기, 생리기로 나뉘며, 이 네 가지 단계는 각각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증감에 따라 신체 내부의 여러 기능을 조율합니다.
- 여포기에는 에스트로겐이 증가하면서 기분이 안정되고 에너지가 넘치지만,
- 황체기에는 프로게스테론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짜증, 우울감, 무기력함이 나타납니다.
- 특히 생리 전 일주일은 많은 여성이 PMS(월경전증후군)를 경험하는 시기로, 감정기복이 극심해지고, 작은 자극에도 과민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닙니다.
뇌의 신경전달물질, 특히 세로토닌, 도파민의 균형이 호르몬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여성의 몸은 외부 자극뿐 아니라 내부 생리적 변화에도 반응합니다.
따라서 감정 변화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이를 이해하면 나 자신을 비난하는 대신 돌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2. 감정 변화는 나약함이 아닙니다
감정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우리를 괴롭히는 건, 그런 감정을 ‘이상한 것’으로 보는 시선입니다.
특히나 스스로가 스스로를 그렇게 바라보는 게 문제입니다. “왜 이 정도 일에 화가 나지?”, “내가 너무 유난스러운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 이미 그 감정은 두 배로 무겁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감정은 문제가 아닙니다. 감정을 부정하는 방식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생리주기 중 우리 몸은 ‘감정을 컨트롤하기 어려운 상태’에 들어갑니다.
뇌의 감정 중추인 편도체는 민감해지고, 자율신경계는 더 빠르게 반응하며,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도 평소보다 늘어납니다. 이런 상태에서 작은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죠.
중요한 건 이 감정을 없애려 애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입니다.
마치 파도를 피하려 하지 말고, 서핑보드를 타고 흐름을 이해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나는 지금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어. 하지만 그건 이상한 게 아니야. 내 몸이 보내는 정상적인 신호야.”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해보세요.
그 말 한마디가 감정의 수면을 낮춰주는 첫걸음이 됩니다.
3. CBT(인지행동치료), 감정을 다스리는 강력한 도구
감정은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이 단순하지만 강력한 진실을 이해하면, 우리는 감정의 흐름을 조금 더 의식적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바로 이때 필요한 것이 CBT, 인지행동치료입니다. CBT는 심리학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기법 중 하나로, 생각(인지), 감정, 행동 간의 관계를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꾸어가는 치료 접근법입니다.
CBT의 핵심은 ‘생각을 바꾸면 감정이 바뀐다’는 전제입니다.
예를 들어, “나는 항상 실패해”라는 자동적인 부정적 생각이 반복되면, 우리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위축됩니다.
반대로 “이번엔 힘들었지만 다음엔 나아질 거야”라는 생각은 용기와 여유를 만들어냅니다.
이처럼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하느냐에 따라 감정은 달라지고, 이는 결국 행동을 결정짓습니다.
생리주기 중 감정이 예민해질 때, 우리는 자주 ‘자동사고’라는 부정적 사고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이 사고들은 빠르고, 반복적이며, 때로는 너무 익숙해서 인식조차 되지 않죠. CBT는 바로 이 자동사고를 알아차리고, 그것에 대해 질문하고, 균형 잡힌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는 훈련입니다.
이 과정은 마치 내면의 대화를 바꾸는 작업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의 무게가 서서히 가벼워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4. 생리주기별 감정 변화와 CBT 실전 팁
① 여포기: 활력이 올라가는 긍정의 시기
여포기는 생리 직후부터 배란 전까지 이어지는 시기로, 에스트로겐 수치가 점점 증가하면서 기분도 안정되고 집중력도 높아집니다. 이 시기엔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자기 계발을 하기 좋은 시기입니다.
CBT 실전팁
- 새로운 시도를 겁내지 말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기르기 위해 긍정 문장을 작성해보세요.
- “나는 오늘의 나를 발전시키고 있다”, “나는 유능한 사람이다”와 같은 문장을 매일 아침 3번씩 소리 내어 말해보세요.
- 할 일 리스트를 만들어 성취감을 체크하고, 자기 효능감을 강화하는 것도 좋은 CBT 실천입니다.
② 배란기: 감성이 풍부해지고 공감력이 높아지는 시기
이 시기에는 에스트로겐이 최고치를 찍고, 자연스럽게 감정이 풍부해지고 인간관계에 민감해집니다.
연애 감정이 활발해지고, 대인 관계에서의 감정 기복도 생깁니다.
CBT 실전팁
- 감정일지를 통해 타인의 말에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적어보세요.
- “나는 왜 이 말에 서운했을까?”, “이 감정은 어디에서 왔을까?”를 질문해보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관점 전환 기법도 추천합니다.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을 확장하면 오해나 불안이 줄어들고, 더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③ 황체기: 감정이 쉽게 흔들리는 시기
프로게스테론이 급격히 상승하고 이후 급감하는 시기입니다.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시작되며, 평소보다 피로감, 짜증, 우울이 커집니다.
이 시기에 나오는 감정은 의지가 아닌 생리적인 반응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CBT실전팁
- 하루에 한 번 ‘감정 체크인’을 해보세요.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인가?”, “이 감정은 어디서 왔을까?”를 글로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 자동사고 기록지(ABCDE 기법)를 써보세요.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그 근거와 반대 근거를 나열하고, 새로운 균형적 생각을 만들어보세요. 반복적으로 이 훈련을 하다 보면, 감정이 덜 휘둘리고 안정적으로 변해갑니다.
④ 생리기: 에너지가 낮고 자기돌봄이 필요한 시기
생리 기간은 피와 함께 에너지도 빠져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몸이 무겁고, 생각도 정리가 잘 안 되는 시기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자신에게 가장 따뜻해야 합니다.
CBT 팁
- 자기 비난을 멈추는 문장을 준비해두세요. 예를 들어 “지금 이 정도면 충분히 잘하고 있어”, “나는 오늘 나에게 쉼을 줄 거야” 같은 문장은 무기력한 감정을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습니다.
- 명상, 복식호흡, 따뜻한 차 한 잔도 감정 안정에 효과적입니다. 이 시기는 ‘행동’보다는 ‘존재’에 집중해야 할 시기입니다.
5. CBT를 처음 시작하는 여성에게 추천하는 방법
CBT를 처음 접할 땐 조금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심리 훈련이기 때문에, 운동처럼 반복할수록 익숙해지고 효과가 높아집니다.
무엇보다 이 방법은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습관’을 만들어줍니다.
일주일 CBT 루틴 추천
- 월: 감정일지 5분 쓰기
- 화: 자동사고 기록 1건 작성
- 수: 긍정문장 3가지 반복
- 목: 감정 + 근거 반박 훈련
- 금: 5분 명상 또는 심호흡
- 토: 생각 마인드맵 정리
- 일: 감사일기 3줄 작성
6. CBT 실천에 도움되는 앱 & 도구 추천
- CBT Thought Diary: 자동사고 기록, 감정 추적에 유용
- Woebot: AI 챗봇 심리상담 앱
- Flo: 생리주기 추적 + 기분 체크
- 마인드가든: 국내 마인드풀니스 명상 앱
- GoodNotes: 필기 및 감정기록에 적합
7. 중요한 건, 나를 더 잘 이해하는 것
감정 변화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는 법을 배운다면 감정은 나를 해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깊이 이해하는 창이 됩니다.
생리주기라는 커다란 리듬 속에서 나는 매달 달라지지만, 그 흐름을 인식하고 존중할 수 있다면 더 강하고 단단한 자신을 만날 수 있습니다.
CBT는 그런 ‘자기 이해’의 도구입니다. 감정이 격해질 때, 내가 나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모든 걸 바꿀 수 있습니다.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이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도록, 나와 내 감정 사이에 CBT라는 다리를 놓아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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