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1. 감정은 늘 진실일까요?
“나는 지금 너무 화가 나.”, “왜 이렇게 억울하지?”, “괜히 우울해…”
이런 감정들이 마음을 뒤흔들 때, 우리는 당연히 ‘이게 내 진짜 마음’이라고 믿게 됩니다.
하지만 과연 그 감정이 항상 진짜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무조건 사실’로 받아들입니다.
내 마음에서 올라왔으니까, 내 경험에서 비롯된 거니까요.
하지만 감정은 때로 왜곡된 인지(생각)의 결과물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인지적 필터(Cognitive Filtering) 때문에, 감정이 ‘가짜 진실’처럼 작동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상사가 인사를 받지 않았다고 생각해볼까요? “나를 무시하는 건가?”, “기분이 안 좋은가?”라는 생각이 스쳐가며, 곧장 감정이 따라붙습니다. 짜증, 분노, 불안이 밀려오죠.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상사는 그날 아침부터 편두통으로 고생 중이었고, 인사할 여유가 없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때 우리는 깨닫습니다. 내가 느낀 감정이 틀릴 수도 있었구나.
그 감정은 ‘진짜 감정’이 아니라, 왜곡된 해석에서 비롯된 ‘가짜 감정’일 수 있습니다.2. 가짜 감정이란 무엇일까?
가짜 감정은 말 그대로 ‘사실이 아닌 생각에 의해 만들어진 감정’입니다.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은 사건, 혹은 잘못 해석된 상황에 대한 인지에서 비롯된 감정이지요.
이러한 감정은 실제 자극보다 내 머릿속 해석에서 출발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가짜 감정이 ‘틀렸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감정은 모두 유효합니다. 다만, 그 감정을 만드는 사고 과정이 부정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그 사람은 나를 싫어해.” → 외면당했다는 가짜 감정
- “나는 이 일에 소질이 없어.” → 자존감이 깎이며 생기는 무기력감
- “모두가 날 비웃고 있을 거야.” →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수치심
이처럼 가짜 감정은 부정적인 자동사고와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이 감정은 사실보다 감정 중심의 해석에서 비롯되기에, 현실과 감정이 엇갈리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3. 진짜 감정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진짜 감정은 무엇일까요?
진짜 감정은 현실 자극에 기반을 두고, 명확한 원인과 연결되어 있는 감정입니다.실제로 일어난 사건에 의해 유발되며, 그 감정을 다른 사람도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집니다.
- 사랑하는 사람이 아플 때 느끼는 슬픔
-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기쁨
- 거절당했을 때 느끼는 실망감
이 감정들은 모두 실제 상황에서 유발되며, 적절한 맥락과 연결됩니다.
진짜 감정은 억누를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를 인정하고 표현하는 것이 건강한 정서 조절의 출발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진짜 감정에 다가가기 전에, 그 감정 위에 쌓인 왜곡된 생각 때문에 ‘가짜 감정’에 먼저 휘둘립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인지적 필터링입니다.
4. 인지적 필터란 무엇인가?
인지적 필터는 우리가 세상을 해석하는 내면의 안경입니다.
이 필터는 경험, 성격, 가치관, 감정 상태에 따라 다르게 구성되며, 똑같은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같은 발표를 마친 두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A는 “사람들이 집중해서 잘 들어줬어”라고 생각하고, B는 “몇 명이 졸았어. 역시 나는 발표에 재능이 없어”라고 생각합니다.결과는 같았지만, 해석이 다르고, 따라서 감정도 완전히 다르게 나타납니다.
CBT에서는 이 인지적 필터를 비합리적 사고나 자동사고의 근원으로 봅니다.
즉,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조절하려면 먼저 이 필터를 의심해야 합니다.
5. 감정을 여과해 보는 5단계 필터링 훈련
이제 본격적으로 인지적 필터링을 훈련하는 실전 단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래는 CBT의 핵심 기법인 ‘자동사고 확인 및 반박 훈련’을 활용한 단계입니다.
1단계: 감정 인식
지금 느끼는 감정을 정확히 이름 붙여보세요.
“나는 지금 불안하다.” “나는 지금 분노를 느낀다.”2단계: 생각 파악
이 감정을 유발한 생각은 무엇인가요?
“그는 내 말을 무시했어.” “나는 실패할 거야.”3단계: 현실 검토
이 생각에 사실적인 근거가 있는가?
“그 사람이 나를 무시했다는 증거는?” “혹시 그냥 바빴던 건 아닐까?”4단계: 대안적 사고
다른 해석은 없을까? 더 부드럽고 현실적인 시각은?
“그 사람도 오늘 하루가 힘들었을 수 있어.”5단계: 감정 재조정
새로운 해석에 따라 감정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짜증 → 이해 또는 무관심”으로 변할 수 있음이 5단계를 꾸준히 연습하면, 감정에 반응하는 대신 내 자신이 감정을 선택하는 능력이 길러집니다.
6. 왜 우리는 가짜 감정에 쉽게 빠질까?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 뇌는 생존 중심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위험이나 부정적 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죠.
그래서 ‘혹시라도’라는 불확실성이 생기면, 뇌는 가장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먼저 떠올립니다.
또한 어린 시절 경험, 가족 관계, 과거의 상처 등은 감정을 왜곡하는 학습된 반응을 형성합니다.
“나는 자주 혼났어”라는 기억이 있다면, 비판에 과도하게 민감해지고, “다 나를 싫어할 거야”라는 가짜 감정으로 쉽게 빠지게 됩니다.
이런 배경을 이해하고 나면, 가짜 감정을 ‘억지스러운 나의 반응’으로 보지 않고, ‘학습된 방어기제’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이 관점의 전환만으로도 자책과 분노는 줄어들고, 자기연민과 자기이해가 깊어집니다.
7.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감정 필터링 습관
- 감정 일기 쓰기
매일 하루 3가지 감정을 기록하고, 그 감정의 원인을 짧게 적어보세요. 진짜 감정인지, 왜곡된 감정인지 판단해보는 훈련이 됩니다. - 생각 멈춤 스킬
강한 감정이 올라올 때 “잠깐, 이 감정의 근거는?”이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하세요. - 상대 입장 되기
내가 부정적으로 느낀 상황을,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상상 훈련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 자기 대화 바꾸기
“나는 부족해” → “나는 지금 연습 중이야”
“그가 날 무시해” → “그는 자기 감정 처리에 바쁠 수도 있어”
8.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과 함께 살아가기
감정은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그 감정이 사실에 기반하지 않고, 왜곡된 인지에서 비롯되었다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안기게 됩니다.
CBT에서 말하는 인지적 필터링은 단순히 감정을 조절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감정과의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감정은 억눌러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고 대화할 수 있는 내면의 언어입니다.
진짜 감정과 가짜 감정을 구별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삶을 훨씬 더 자유롭고 가볍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감정은 파도가 아니라, 흐름입니다. 그 흐름을 읽는 방법은 감각을 훈련함으로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내 감정을 이해하게 되며, 심리적으로 평온해 질수 있습니다.
'인지행동치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심과 확신 사이 – CBT로 결정을 명확히 하는 법 (0) 2025.04.14 '나는 틀렸어'라는 고정관념 깨는 CBT 훈련법 (0) 2025.04.13 생리주기와 감정 변화, 여성에게 유용한 CBT 활용 팁 (0) 2025.04.11 혼잣말 훈련으로 만드는 심리 탄력성 (0) 2025.04.10 CBT 기반의 자기 코칭 질문 20가지 (0) 2025.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