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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왜 우리는 괜찮은 척을 하게 될까?
"괜찮아 보여야지."
"약해 보이면 안 돼."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야지."이런 말들은 현대인의 심리 방어 문장처럼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괜찮은 척'이 단순한 태도가 아니라, 감정 억제와 자기 부정의 시작점이라는 데 있습니다.왜 우리는 자꾸 괜찮은 척을 할까요?
그 이유는 다양합니다.- 누군가에게 실망스러움을 주기 싫어서
- 사회적으로 강인해 보이고 싶어서
- 스스로도 자기 감정을 마주하기 두려워서
특히 한국 문화처럼 감정보다 의무, 정서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감정 표현’ 자체가 민망하거나 약점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감정은 감추는 것만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건 마치 이불 속에 먼지를 쓸어넣는 것과 같고,
결국 언젠가 감정은 폭발하거나 무기력이라는 형태로 터져 나옵니다.진짜 심리적 근력은 강한 척, 괜찮은 척이 아닙니다.
“지금은 괜찮지 않다”는 걸 인정할 수 있는 용기,
그걸 감정적으로 다룰 수 있는 훈련,
그리고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에서 비롯됩니다.
2. 괜찮은 척이 만드는 정서적 비용
겉으론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내면에서는 지속적인 정서적 긴장이 흐르고 있습니다.
‘감정 억제’는 의식적으로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심리학자 제임스 그로스(James Gross)의 연구에 따르면,
감정을 억누르는 사람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지고,
장기적으로는 우울, 불안, 신체화 장애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그때 그냥 넘어갔어야 했어.”
“그 얘기는 하지 말 걸 그랬나.”
이런 말들은 모두 감정을 억제한 뒤에 따라오는 자기 검열의 부산물입니다.또한 괜찮은 척은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상대는 내 감정을 모른 채 계속 선을 넘게 되고,
나는 상대에게 서운함과 거리감을 느끼며 결국 관계는 단절로 이어지기도 합니다.괜찮은 척은 관계의 다리를 끊고, 자기 내면의 진짜 감정에서 멀어지게 만듭니다.
이제 괜찮지 않을 때, “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근력을 키워야 할 때입니다.
3. 심리적 근력이란 무엇인가?
심리적 근력(Psychological Resilience)은 단순히 ‘강한 마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건 감정을 억누르고 참는 인내력이 아니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 상황을 유연하게 해석하며
- 회복하는 루틴을 갖춘 상태를 말합니다.
이는 운동의 ‘근력’과도 비슷합니다.
한 번에 무거운 것을 들 수 있는 사람이 강한 게 아니라,
꾸준히 회복하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능력이 근력입니다.심리적 근력도 마찬가지입니다.
- 실패 후에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마음
- 감정이 무너졌을 때 다시 중심을 잡는 루틴
-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기 기준
이 세 가지가 심리적 근력의 핵심 요소입니다.
그리고 이 근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능력입니다.
정기적인 훈련과 루틴이 있다면 누구든 강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강함은 괜찮은 척이 아니라, 감정을 드러내고 다룰 수 있는 내적 회복력에서 시작됩니다.
4. 감정 근육을 단련하는 첫 번째 루틴: 감정 이름 붙이기
심리적 근력을 키우는 첫 번째 연습은
**‘지금 내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는 것’**입니다.
감정은 흐르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이름을 붙여주는 순간 ‘정돈’이 됩니다.예를 들어,
- 그냥 ‘짜증나’ → “무시당했다고 느껴졌어”
- ‘기분이 안 좋아’ → “내가 인정받지 못한 것 같아”
- ‘불편해’ → “상대의 말투가 경계심을 유발했어”
이런 식으로 감정을 명확히 이름 붙이면
뇌는 그 감정을 인식 가능한 상태로 정리하고,
자동 반응 대신 선택적인 반응이 가능해집니다.실전 루틴:
- 하루에 한 번 오늘의 감정을 적는다.
- 감정 단어를 최소 3개 이상으로 세분화한다.
- 그 감정에 점수를 매긴다 (0~10).
- 감정의 원인과 배경을 짧게 서술한다.
이 루틴은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감정을 다룰 수 있는 지각과 인식의 토대를 만들어줍니다.
그게 바로 심리적 근력의 기초 훈련입니다.
5. 표현하지 않는 감정은 몸에 남는다
‘마음에 담아두면 병이 된다’는 말은 단순한 은유가 아닙니다.
정서 신체학에서는 감정 억제가 만성통증, 피로, 소화 장애, 불면증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그만큼 감정을 억제하는 건, 내 몸에 부담을 주는 일입니다.
특히 분노, 슬픔, 외로움처럼 강한 감정은 억눌러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건 무의식에 저장되었다가 심리적 과잉 반응으로 터져 나오죠.심리학자 바잘 반 데르 콜크는 그의 저서 『몸은 기억한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신체에 흔적을 남긴다.”
따라서 심리적 근력을 기르기 위해선,
감정을 언어로, 행동으로, 신체로 풀어낼 수 있는 건강한 표현 루트가 필요합니다.- 글쓰기: 감정을 정리해내는 가장 안전한 방법
- 호흡과 명상: 감정의 생리적 반응을 진정시키는 도구
- 안전한 사람과의 대화: 감정을 해석하고 공유하는 과정
이런 표현 루틴을 통해 감정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흘려보낼 수 있는 것으로 전환됩니다.
6. 내 감정의 주인이 되는 훈련 – 반응 간 멈춤 루틴
괜찮은 척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순간적인 반응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말이나 행동에 상처받았을 때, 바로 "아니야, 괜찮아"라고 말해버리는 것.
그건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피하는 것입니다.심리적 근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기 반응을 조절하는 루틴’이 필요합니다.
CBT(인지행동치료)와 MBCT(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에서 강조하는 기법 중 하나가
바로 ‘반응 간 멈춤(Pause between Stimulus and Response)’입니다.실전 루틴:
- 불쾌한 말, 자극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 즉시 반응하지 않고, 멈춘다. (심호흡 3회)
-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 자문한다.
- 감정의 이유를 짧게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 그 후 말하거나, 행동을 선택한다.
이 5단계는 단 30초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짧은 멈춤이 충동적 방어 반응 대신
선택적 대응 능력을 길러주며,
그것이 바로 ‘심리적 자율성’의 시작입니다.괜찮은 척 대신, 진짜 괜찮아지기 위한 길은
무조건적인 반응을 줄이고, 의식적인 선택을 늘리는 데서 출발합니다.
7. 회복탄력성은 감정 회복의 기술이다
심리적 근력이란 상처를 받지 않는 능력이 아닙니다.
오히려 상처를 받아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핵심입니다.심리학자 에이미 워너는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의 공통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드러낼 수 있다.
-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회복의 가능성을 믿는다.
- 관계에서 ‘도움 요청’을 주저하지 않는다.
- 일어난 일을 의미 있게 재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넘어지는 걸 막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넘어졌을 때, 어떻게 다시 설 수 있는지를 연습할 수 있습니다.실전 회복 훈련:
- “내가 이 상황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 “이 경험을 겪은 덕분에 나의 어떤 근육이 자랐는가?”
- “지금 이 감정을 가장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 “이 감정을 나누는 게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라, 용기 있는 행동임을 기억하자.”
회복탄력성은 감정 회복의 기술이자,
괜찮은 척을 하지 않아도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믿음의 근거입니다.
8. 마음의 회복 루틴: 나를 돌보는 감정적 자기 관리
심리적 근력은 결국 ‘내가 나를 돌보는 기술’입니다.
일이 끝난 후, 사람들과 관계를 맺은 후,
혼자 남은 시간에 내가 어떻게 내 감정을 돌보느냐가 근력을 결정합니다.다음은 실제로 내담자들에게 많이 권하는 감정적 자기 돌봄 루틴입니다.
[감정 관리 5분 루틴]
- 감정 정리 – 오늘 느낀 주요 감정 1~3개를 적는다.
- 감정 해석 – 그 감정이 생긴 상황과 내 해석을 분리한다.
- 자기 수용 문장 –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말해준다.
→ “이런 감정을 느껴도 괜찮아. 누구나 그럴 수 있어.” - 행동 연결 –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회복 행동 1가지 선택
→ 따뜻한 차 마시기, 산책, 휴식, 글쓰기, 감정 공유 등 - 감정 점검 – 감정의 강도를 다시 체크한다 (0~10).
이 루틴은 하루를 감정적으로 정돈하고 회복하는 연습입니다.
이런 자기사랑의 훈련이 반복되면
‘괜찮은 척’보다 더 강력한
“괜찮지 않은 나도 괜찮아”라는 자기 신뢰가 생깁니다.
9. 감정을 표현해도 무너지지 않는 자신 만들기
많은 사람들이 “감정을 표현하면 더 무너질까 봐”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참고, 외면하고, 억누르죠.
하지만 역설적으로, 감정을 표현할수록 내면은 더 강해집니다.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감정 표현은 감정의 흐름을 만들고,
그 흐름은 억압이 아니라 소통과 해소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감정을 표현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이해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감정을 표현하면서 “나는 내 마음을 인정하고 있다”는 자각은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줍니다.실전 문장 연습:
- “지금 나 솔직히 좀 힘들어요.”
- “그 말에 서운했어요. 아마 그럴 의도는 아니셨겠지만.”
- “지금은 괜찮은 척 하기 어려워요. 나중에 이야기해도 될까요?”
- “오늘은 그냥 내 기분을 혼자 다듬고 싶어요.”
이런 말들을 해보는 연습은
자기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단단해지고, 더 유연해지고, 더 나답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됩니다.
10. 진짜 괜찮아진다는 것: 감정을 견디는 힘이 아니라 흐르게 하는 힘
마지막으로, 우리는 진짜 괜찮아진다는 게 무엇인지 물어야 합니다.
괜찮아진다는 건, 아무렇지 않게 되는 게 아닙니다.
아프고, 상처받고, 흔들리면서도
그 감정을 스스로 다루고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괜찮은 척은 외부를 위한 가면입니다.
진짜 괜찮아지는 건, 내면의 감정에 나 자신이 정직해지는 과정입니다.- 나는 약할 수 있다.
- 나는 지금 힘들다.
- 나는 그런 나를 수용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이 믿음은 단 하루 만에 생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루 10분씩 나를 돌아보는 루틴,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훈련,
그리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작고 반복적인 회복 루틴이 있다면
우리는 충분히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질 수 있습니다.'인지행동치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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