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리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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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6. 6.

    by. ad-jungsin

    목차

      1. 왜 우리는 말투로 상처를 주고받을까?

      “너는 맨날 왜 그래?”
      “난 그냥 되는 일이 없어.”
      “내가 문제지 뭐.”

      이 말들은 단순한 말투가 아닙니다.
      그 안엔 오랜 생각의 틀이 녹아있습니다.
      그리고 이 틀은, 나도 모르게 감정의 뿌리까지 건드리며 관계를 흔들어놓습니다.

      말투는 단지 표현 방식이 아닙니다.
      그건 내가 가진 신념과 감정이 언어로 드러난 형태입니다.
      따라서 말투를 바꾸려면, 단어 몇 개를 고치는 걸로는 부족합니다.
      내가 가진 생각 자체를 **다시 설계(재구성)**해야 진짜 말투가 바뀝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CBT(Cognitive Behavioral Therapy)**입니다.
      CBT는 사고-감정-행동의 연결고리를 기반으로,
      삶에 영향을 미치는 비합리적 사고를 인식하고 바꾸는 심리 훈련 기법입니다.

      이 글은 단순한 말 예절 교육이 아닙니다.
      생각을 재설계하고, 그에 따라 말투와 대화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심리학적 관점과 실전 연습으로 안내하는 실제 훈련 루틴입니다.


      2. 말투는 생각의 거울이다: 사고-감정-행동 모델

      CBT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사건 → 생각 → 감정 → 행동’의 흐름입니다.
      즉, 우리가 화를 내는 이유는 사건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을 어떻게 해석했느냐 때문이라는 것이죠.

      예를 들어, 친구가 메시지를 하루 넘게 읽지 않았다면
      A는 “아, 바빴나 보네.”라고 생각하고 별 감정 없이 넘기지만
      B는 “나를 무시하나?”, “내가 싫은가?”라고 해석하면, 불안하거나 분노하게 됩니다.
      그 결과 말투도 달라지겠죠. A는 “괜찮아, 바쁜 줄 알았어.”
      B는 “너 일부러 무시한 거야?” 같은 말투로 반응하게 됩니다.

      이처럼 말투는 단순한 스타일 문제가 아니라,
      사고방식과 감정의 자동적 반응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CBT에서는 말투를 바꾸기 위해
      가장 먼저 그 말의 ‘생각의 뿌리’를 파악하는 연습부터 시작합니다.


      3. 자동 사고는 말투를 조종한다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말 속에는
      **‘자동 사고(automatic thought)’**가 숨어 있습니다.
      이는 반복된 경험과 감정이 무의식적으로 만든 사고 습관입니다.

      예를 들어,

      • “나는 항상 틀려.”
      •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해.”
      • “어차피 안 돼.”

      이런 자동 사고는 내가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을 왜곡시킵니다.
      그리고 그 왜곡은 말투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 “내가 잘못했지 뭐.” → 자기비하형 말투
      • “너는 맨날 이렇잖아.” → 공격형 말투
      • “그냥 됐어.” → 회피형 말투

      CBT 대화 연습에서는, 이런 자동 사고를 의식 위로 끌어올려
      **“지금 내가 떠올린 생각은 사실인가?”**를 묻는 훈련을 합니다.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말투는 놀랍게 달라집니다.
      단정적이던 말이 유연한 표현으로,
      비난하던 말이 공감적 표현으로 바뀌는 과정을 우리는 직접 체험하게 됩니다.


      4. 감정 표현의 왜곡: 말투에 감춰진 마음

      많은 사람들이 “화를 냈다”지만
      사실 그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상처, 실망, 두려움이었던 경우가 많습니다.
      CBT에서는 이것을 **‘감정의 혼동’**이라고 합니다.

      예:
      “너 진짜 짜증나!”라고 말했지만
      속마음은 “네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서운해.”
      “또 연락 안 했네?”라는 말 뒤에는
      “너에게 거절당하는 게 무서워. 그래서 먼저 확인하려는 거야.”
      이렇게 숨겨진 감정이 많습니다.

      CBT 대화 훈련에서는 이 숨겨진 감정을 찾아
      ‘정제된 언어’로 바꾸는 연습을 합니다.

      • “너 짜증나” → “지금 나에게 상처가 됐어.”
      • “됐어, 그냥 꺼져” → “지금은 감정이 격해서 말하고 싶지 않아. 나중에 이야기하고 싶어.”

      이런 훈련을 반복하면, 말투는 점점 ‘공격’이 아닌
      ‘자기표현’의 도구로 바뀝니다.
      감정 표현은 무기가 아닌, 관계를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


      5. 내면 대화의 변화가 외부 대화를 바꾼다

      CBT의 또 다른 핵심은 **자기 대화(self-talk)**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천 번, 스스로와 대화를 합니다.
      “난 왜 이래?”, “또 실수했어.”, “에휴, 역시 안 되네.”
      이런 말들은 결국 내면에 자리 잡은 신념을 강화시키고,
      그 신념은 타인에게 나가는 말투까지 결정짓습니다.

      예를 들어,

      • 스스로를 비난하는 사람은 타인도 비난합니다.
      • 늘 조심하는 사람은 상대에게도 예민한 신호를 보냅니다.

      따라서 CBT 대화 훈련에서는
      내면 언어를 재구성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 “나는 망했어.” → “이번엔 어려웠지만 다시 시도할 수 있어.”
      • “나는 너무 부족해.” → “지금은 배우는 중이야.”
      • “쟤는 날 싫어할 거야.” → “아직 확인하지 못했으니 섣불리 판단하지 말자.”

      이런 자기 대화가 안정되면,
      타인과의 말투도 훨씬 유연하고 정돈된 방식으로 바뀝니다.
      CBT는 결국, 내면의 말투 훈련입니다.


      6. 말투를 바꾸는 3단계 CBT 대화 연습 루틴

      CBT에서 사고와 말투를 다루는 연습은 ‘일상 언어의 리프레이밍’으로 이루어집니다.
      즉, 같은 감정이나 상황을 다른 프레임의 언어로 말하는 루틴을 매일 반복함으로써 사고의 틀을 바꾸는 방식입니다.

      이때 유용한 CBT 대화 훈련 루틴은 다음과 같이 3단계로 구성됩니다.

      1단계: ‘자동 사고 문장’ 포착하기

      • “난 또 실수했네. 역시 안 돼.”
      • “쟤가 무시하는 거잖아.”
      • “나는 항상 피해만 본다.”

      2단계: 사고 재구성하기

      • “이번에도 실수했지만, 실수에서 배울 수 있어.”
      • “그가 무시했다고 단정짓긴 이르다. 혹시 다른 이유는 없을까?”
      • “이번 일은 손해 같지만, 전부 그런 건 아니야.”

      3단계: 말로 표현하기

      • “이번 일은 좀 아쉬웠지만 괜찮아, 다음에 더 잘할 수 있어요.”
      • “혹시 내가 뭔가 기분 상하게 했다면 말해줘요.”
      • “지금은 감정이 복잡해서 천천히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 과정을 매일 저녁이나 사건 직후 한 번씩만이라도 정리해보면,
      뇌는 점점 반사적 언어 반응의식적 언어 선택으로 대체합니다.
      결국 이것이 말투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훈련이 됩니다.

      생각을 재설계하면 말투도 바뀐다 – CBT 대화 연습

      7. 대화 중 감정을 의식하는 방법

      CBT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 알아차림’입니다.
      우리는 대화 중 감정을 의식하지 못한 채 반응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
      상대가 비꼬는 말투를 썼을 때
      → “왜 그렇게 말해?” (즉각적 방어)
      → (CBT 대화): “지금 그 말이 조금 공격적으로 느껴졌어요.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하고 싶어요.”

      이 차이는 사소해 보여도, 감정의 소모와 관계의 흐름을 완전히 바꿉니다.

      실천 팁:

      • 말하기 전, 속으로 감정을 확인한다.
        → “지금 이 말이 나가는 감정은 어떤 감정일까?”
      • 문장을 감정 묘사로 시작한다.
        → “나는 지금 혼란스러워요”, “조금 당황했어요”

      감정을 먼저 정리하는 대화는 비난이 아니라 자기표현으로 이어지며,
      그 결과 말투도 더 진솔하고 부드럽게 흐릅니다.


      8. 대화를 망치는 말투 vs 대화를 여는 말투

      CBT에서는 말투가 불러오는 감정 반응을 다음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 차단형 말투: 단정, 비난, 회피, 조롱, 침묵
      • 개방형 말투: 묘사, 질문, 감정 공유, 요청, 인정

      예를 들어,

      • “너 또 늦었잖아.” → 차단형
      • “기다리면서 조금 서운했어요. 다음엔 시간 맞춰줄 수 있을까?” → 개방형

      이처럼 말의 구조가 다르기만 해도
      상대는 방어 대신 이해, 분노 대신 공감을 느낍니다.

      CBT 대화 훈련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자주 연습합니다:

      • “나는 느낍니다...”
      • “내가 해석하기로는 이렇게 느껴졌어요.”
      • “내가 틀렸을 수도 있지만...”
      • “혹시 내 입장에서 이해해줄 수 있을까요?”

      이러한 말투는 대화를 끊지 않고 흐르게 만들며,
      결국 **관계 회복력(resilience)**을 높이는 말 습관으로 정착합니다.


      9. CBT 말투 변화가 자기 확신을 만든다

      많은 사람들은 좋은 말투를 ‘타인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 말투는 나 자신에 대한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 “나는 지금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야.”
      • “나는 이 감정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어.”
      • “나는 내 생각을 설명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런 자기 확언이 말투를 통해 반복되면,
      스스로를 ‘소통 가능한 사람’, ‘감정 표현이 가능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게 바로 자기 효능감의 근거입니다.

      CBT에서는 이런 자기 인식의 말들을 ‘내면 언어화’라고 부릅니다.

      예:

      • “나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 “나는 감정을 정리하는 능력이 있다.”
      • “나는 감정이 올라와도 그걸 해석할 수 있다.”

      이 말들은 단지 말이 아닙니다.
      내가 스스로에게 주는 ‘심리적 정체성 선언’이며,
      결국 말투의 핵심은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으로 귀결됩니다.


      10. 생각을 바꾸면 말이 바뀌고, 말이 바뀌면 관계가 바뀐다

      결국 우리가 바꾸고 싶은 것은 말투가 아닙니다.
      말투는 변화의 겉모습일 뿐,
      진짜 바꾸고 싶은 건 내 감정을 다루는 방식, 세상을 해석하는 시선,
      그리고 사람들과 맺는 관계의 질입니다.

      CBT는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을 ‘사고의 재설계’로 둡니다.
      내가 가진 자동 사고를 인식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과, 그에 따른 행동 반응을 조정하면
      말투는 바뀌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말투가 바뀌는 순간,

      • 오해가 줄고
      • 내면이 정돈되며
      • 관계는 단단해지고
      • 삶은 덜 무거워집니다.

      지금부터 말의 선택 앞에서 한 박자만 멈춰보세요.
      “지금 이 말은 어떤 감정에서 나왔는가?”
      “이 말의 뿌리는 어떤 생각인가?”
      “다르게 표현하면 감정은 달라질까?”

      이 질문을 매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말투는 변하고, 그 말투를 듣는 나와 타인의 관계와 감정의 구조도 바뀌어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