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리의 블로그

인지행동치료는 생각과 감정, 행동의 고리를 인식하고 바꾸는 훈련으로, 자기 마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되짚는 섬세한 과정을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돕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블로그를 개설하였습니다. 궁금한 사항은 jeongsinaedeusenseu@gmail.com으로 문의해 주세요.

  • 2025. 4. 5.

    by. ad-jungsin

    목차

      1. 왜 요즘 10대는 이렇게 지칠까요?

      “지금 10대는 예전보다 더 많이, 더 깊이 지친다.”
      이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수많은 심리상담과 정신건강 보고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현실입니다.
      학업 스트레스, 성적 부담, 친구 관계, 진로 고민, 부모와의 갈등, SNS 비교심리까지…
      10대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짊어지고 살아갑니다.

      특히 학업 스트레스는 매일매일 반복되기에, 만성적인 정서 피로를 유발합니다.
      시험이 끝나도 또 다음 시험이 기다리고, ‘잘했어’라는 말 대신 ‘이제 이건 해야지’라는 말이 이어질 때,
      마음은 숨 쉴 틈 없이 조여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단순한 “힘내”가 아닙니다.
      지친 마음을 스스로 돌보는 기술, 즉 마음의 언어로 나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바로 여기서 CBT 대화법이 빛을 발합니다.

      2. 학업 스트레스가 감정에 미치는 영향

      학업 스트레스는 단순한 피로가 아닙니다.
      이 스트레스는 자존감, 자기효능감, 감정 조절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 시험을 망치면, ‘난 안 되는 애야’라는 생각이 듭니다.
      •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이렇게 해도 소용없다’는 무력감에 빠집니다.
      • 다른 친구들이 더 잘하는 걸 보면, ‘난 열등한 존재인가’라는 비교가 시작됩니다.

      이런 생각은 곧 감정으로 연결되고, 불안, 짜증, 무기력, 자기혐오, 우울감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 상태가 반복되면, 결국 아이는 공부가 무서운 게 아니라, 자신이 무서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학업 스트레스를 단순한 시간 관리나 공부 습관 문제로만 다뤄서는 안 됩니다.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자신과 건강하게 대화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학업 스트레스로 지친 10대를 위한 CBT 대화법

      3. 마음을 다루는 기술 인지행동치료

      인지행동치료는 생각 → 감정 → 행동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바탕으로,
      문제를 만들어내는 비합리적인 생각(자동사고)을 수정해 감정을 안정시키고, 행동까지 바꾸는 심리치료 기법입니다.

      예를 들면 

      • “이번 시험 망쳤어.” → “난 진짜 바보야.” → 우울감, 회피의 감정이 생깁니다.
        하지만 CBT로는 이렇게 접근합니다:
      • “시험을 망친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게 나 전체를 의미하진 않아. 이번에 부족했던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어.”

      CBT의 핵심은 현실을 회피하지 않되, 그에 대한 해석을 바꿔서 감정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해석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나와 나 사이의 대화’입니다.

      4. 10대가 겪는 자동사고의 예시들

      CBT에서 말하는 ‘자동사고’는 어떤 사건이 생겼을 때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입니다.
      이 생각은 대부분 부정적이고, 극단적이며, 비합리적입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습니다.

      • “다른 애들은 다 잘하는데, 난 왜 이래?”
      • “이 정도 성적이면 나 같은 건 아무 데도 못 가.”
      • “엄마 아빠는 날 실망할 거야.”
      • “선생님은 나를 싫어하는 게 틀림없어.”
      • “나는 항상 실패해.”

      이런 생각은 감정을 무겁게 만들고, 행동을 위축시키며, 결국 ‘난 원래 이런 애야’라는 부정적 자기정체감으로 굳어집니다.

      그래서 CBT에서는 이런 생각을 인식하고, 그 생각과 대화하면서 조금씩 바꿔보는 ‘인지 재구성’이 필요합니다.

      5. CBT 대화법이란? – 나와 나 사이의 건강한 대화 연습

      CBT 대화법은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나 자신과의 대화 방식’을 바꾸는 훈련입니다.
      우리는 흔히 다른 사람에게는 조심스러운 말을 하면서도, 자기 자신에게는 “너는 왜 이 모양이야”라고 너무 쉽게 상처를 줍니다.

      CBT 대화법은 이 흐름을 바꿉니다.
      생각을 적고, 감정을 묻고, 질문을 던지고, 대체 문장을 만들어보는 것, 이것이 바로 자기회복의 대화 구조입니다.

      6. CBT 대화법 5단계

      1단계: 감정 묻기 – 지금 기분이 어때?

      공부가 잘 안 되는 날, 혼이 났던 날, 시험을 망친 날… 그날의 감정을 적어봅니다.

      • “불안하다.”
      • “속상하다.”
      • “짜증난다.”
      • “무기력하다.”
      • “외롭다.”

      감정은 ‘나쁘다’ ‘좋다’가 아니라, 그냥 ‘존재하는 것’입니다.
      먼저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고 말로 표현하는 것이 CBT의 시작입니다.

      2. 단계: 생각 찾아보기 – 그런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

      그 감정이 생긴 이유를 적어봅니다.
      이건 바로 내 머릿속에 떠오른 자동사고입니다.

      • 감정: 불안 → 생각: “공부해도 안 늘어. 난 바보인가 봐.”
      • 감정: 무기력 → 생각: “나는 도태된 것 같아.”
      • 감정: 짜증 → 생각: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야 해?”

      이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감정은 조금 덜 무겁게 느껴집니다.

      3단계: 질문해보기 – 그 생각은 꼭 사실일까?

      이제 이 생각이 과연 맞는지, 몇 가지 질문을 던져봅니다.

      • 정말 내가 공부를 해도 안 늘었을까?
      •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바보라는 말이 너무 극단적이지 않나?
      • 내가 잘한 게 단 하나도 없었을까?
      • 이건 감정이지, 사실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사고에 도전하는 질문들(Thought-Challenging Questions)입니다.
      이 질문을 반복하면 생각이 유연해지고, 감정은 점차 가벼워집니다.

      4단계: 다른 시선으로 보기 – 내가 친구라면 뭐라고 말할까?

      내가 만약 친구라면, 지금의 나에게 뭐라고 말할까요?

      • “그동안 진짜 열심히 했잖아. 성적은 다가 아니야.”
      • “실수한 건 맞지만, 그게 너를 결정하지 않아.”
      • “네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 결과로만 판단하지 마.”

      이렇게 바깥에서 자신을 바라보면 그동안 너무 날카롭게만 봤던 자기 시선이 조금씩 부드러워집니다.

      5단계: 나를 위로하는 문장 만들기

      이제 마지막으로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자기 지지 문장을 한 줄 써보는 겁니다.

      • “나, 충분히 잘하고 있어.”
      • “실패해도 괜찮아. 이건 과정이야.”
      • “조금 천천히 가도 괜찮아.”
      • “오늘 하루도 잘 버텼어. 그걸로도 대단해.”

      이 문장은 위로이자 확신이고, 무너질 뻔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됩니다.

      7. CBT 실제 대화 흐름 보기 - 모의고사를 망쳤다고 느끼는 고등학생 대화

      1. 지금 기분은?
        → 자책, 우울, 초조함
      2. 떠오른 생각은?
        → “나는 이렇게 해도 안 되는구나.”
        → “내가 이러니까 떨어지는 거야.”
      3. 이 생각은 사실일까?
        → 지금까지 해온 노력들을 봤을 때, 전부 실패는 아니야.
        → 점수가 안 나왔지만, 문제 유형은 익숙해졌다.
      4. 다른 시선으로 보면?
        → 지금 실망한 건 오히려 내가 이 시험에 진심이었기 때문이야.
        →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잖아.
      5. 나에게 해주는 말
        → “오늘은 속상했지만, 난 계속 해낼 수 있어.”
        → “하나하나 다시 시작하면 괜찮아질 거야.”

      8. 스스로와 대화하는 힘은 평생을 지켜줍니다

      10대 시절은 ‘공부를 잘하는 방법’보다도 ‘자기 마음을 지키는 방법’을 배우는 게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바쁘고, 어른들이 아무리 조급해도 내 마음을 읽고 돌보는 건 결국 나 자신뿐입니다.

      CBT 대화법은 단지 감정을 잠재우는 도구가 아닙니다.
      그건 나를 이해하고, 지지하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훈련입니다.
      그리고 이 훈련은 앞으로 삶의 어느 순간에 무너질 때도 다시 나를 붙잡아줄 강한 내면의 기술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