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리의 블로그

인지행동치료는 생각과 감정, 행동의 고리를 인식하고 바꾸는 훈련으로, 자기 마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되짚는 섬세한 과정을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을 돕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 블로그를 개설하였습니다. 궁금한 사항은 jeongsinaedeusenseu@gmail.com으로 문의해 주세요.

  • 2025. 4. 5.

    by. ad-jungsin

    목차

      1. 상실과 이별,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감정

      상실과 이별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헤어짐, 친구와의 단절, 가족의 부재, 소중했던 대상의 죽음…
      그 형태가 어떠하든, 이별은 마음속 어딘가를 허물고 지나갑니다.

      이별 후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괜찮아져야 해.”
      “이제 잊어야지.”
      “약한 소리 하면 안 돼.”

      하지만 상실의 감정은 그렇게 쉽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사라졌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움은 기억 속에 남아 있고, 사랑은 여전히 마음속을 배회합니다.

      중요한 건 그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안고 살아갈지를 배우는 것입니다.
      그때 필요한 것이 바로 ‘마음을 돌보는 기술’, CBT(인지행동치료)입니다.

      2. 슬픔은 나쁘지 않지만, 그대로 두면 더 깊어진다

      슬픔은 나쁜 감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누군가를, 무언가를 진심으로 아꼈다는 증거입니다.
      사랑했기에, 의미 있었기에, 떠나간 자리에 빈자리가 생기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슬픔이 생각과 연결되면서 부정적인 자동사고로 이어질 경우 그 감정은 아래와 같이 깊은 우울이나 무기력, 자기비난으로 변질되곤 합니다.

      • “내가 더 잘했으면 안 헤어졌을까?”
      • “이렇게 된 건 다 내 탓이야.”
      • “다시는 누구도 믿을 수 없을 것 같아.”
      • “이 고통은 평생 안 끝날 거야.”

      이러한 생각은 슬픔을 더 증폭시키고, 마음을 더 고립시킵니다.
      그래서 슬픔은 그대로 두기보다는 들여다보고, 말 걸고, 정리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CBT는 그 방법을 하나하나 안내해주는 마음의 지도 같은 도구입니다.

      3. 슬픔을 억누르지 않고 다루는 기술

      CBT는 감정을 부정하거나 억누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감정 뒤에 숨어 있는 생각을 인식하고, 그 생각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것을 돕습니다.

      CBT는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됩니다.

      • 사건이 발생
      • 자동사고가 떠오름
      • 그 생각이 감정을 일으킴
      • 감정이 행동에 영향을 줌

      CBT에서는 이 구조 중 생각을 바꾸면 감정이 가벼워지고, 감정이 바뀌면 행동도 회복될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상실의 슬픔에서는 “나는 이 감정을 감당할 수 없어”라는 생각 자체가 감정을 더욱 무겁게 만들기 때문에,
      그 생각을 들여다보고 말 걸어주는 CBT 기법은 심리 회복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4. 상실의 순간, 마음속에 떠오르는 자동사고들

      슬픔 속에 잠겨 있을 때,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말을 겁니다.
      그 말은 종종 무의식적이며 자동적으로 떠오르기에 ‘자동사고(automatic thoughts)’라고 부릅니다.

      이별이나 상실 직후에 자주 나타나는 자동사고는 주로 아래와 같습니다.

      • “그 사람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 “나 같은 사람은 사랑받을 자격이 없어.”
      • “다시는 행복해질 수 없을 거야.”
      • “잊으면 안 될 것 같아. 잊는 건 배신이야.”
      • “모든 게 내 잘못이야.”

      이러한 사고는 감정을 더 깊고, 무겁고, 길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CBT는 이 사고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것이 ‘사실’인지 ‘해석’인지 구분하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킬 수 있는 언어로 바꿔주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5. CBT로 슬픔을 다루는 4단계 회복 대화법

      CBT는 슬픔을 없애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슬픔을 ‘감정으로서 인정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나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을 돕습니다.

      CBT식 슬픔 다루기 대화는 다음 4단계로 진행됩니다:

      1. 감정에 이름 붙이기
      2. 감정 속 생각 찾기
      3. 그 생각에 질문 던지기
      4. 나를 위로하는 문장 만들기

      1단계: 감정을 이름 붙이기 – 지금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감정은 어떤가요?

      • 슬픔, 무기력, 외로움
      • 죄책감, 공허함, 분노
      • 후회, 두려움, 자책

      이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 자체가 감정을 구조화하는 첫걸음입니다.
      감정은 이름을 가지는 순간, 나와 분리되어 바라볼 수 있는 대상이 됩니다.
      그때 비로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과 대화할 수 있게 됩니다.

      2단계: 감정 속 생각 찾아보기 – 그 감정은 어떤 생각에서 비롯되었나요?

      감정은 반드시 어떤 생각에서 시작됩니다.
      그 생각이 명확하지 않다면, 이렇게 자문해보세요:

      • “지금 이 감정을 만들어낸 내 안의 말은 뭐였을까?”, 죄책감
      • 생각: “내가 더 잘했으면 이별은 없었을 텐데.”, 두려움
      • 생각: “이제 누구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을 거야.”, 외로움
      • 생각: “나는 혼자가 될 운명인가 봐.”

      이 생각은 사실이 아니라 내면의 목소리일 수 있습니다.
      그 생각을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감정은 훨씬 가벼워지기 시작합니다.

      3단계: 생각에 질문 던지기 – 그 생각은 사실인가요, 해석인가요?

      이제는 CBT의 핵심 기법인 사고 도전(Thought Challenging)을 해봅니다.
      내가 가진 생각에 질문을 던져보는 것입니다.

      • “이 생각이 진짜 사실일까?”
      • “그렇게 단정할 만한 근거가 있나?”
      • “모든 게 내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
      • “내가 다른 사람을 볼 때도 이렇게 말할까?”
      • “지금 감정이 너무 커서, 생각이 왜곡된 건 아닐까?”

      이 질문은 생각을 ‘느낌’이 아니라 ‘정보’로 대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서 조금씩 사실과 감정을 구분하는 법을 배워갑니다.

      4단계: 다시 나에게 말 걸기 – 스스로를 위로하는 새로운 문장 만들기

      마지막 단계는 내가 나에게 따뜻하게 말 걸어주는 시간입니다.
      무너져버린 내 마음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한 문장을 만들어보세요.

      • “내가 사랑했던 마음은 진짜였어. 그건 사라지지 않아.”
      • “잊지 않아도 돼. 하지만 이젠 나도 살아야 하니까.”
      • “슬퍼도 괜찮아. 지금 이 감정은 당연한 거야.”
      • “나는 이별 속에서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 “그 사람과의 기억이 나를 더 깊은 사람으로 만들었어.”

      이 문장은 누가 대신 써줄 수 없습니다.
      나만이 나를 진짜 위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믿기지 않더라도, 이 문장을 하루 한 번 써보고 읽어보세요.
      시간이 흐르면 그 문장은 점점 내 감정을 감싸줄 힘이 됩니다.

      6. 이별 후 CBT 문답 노트로 감정을 회복한 사람의 이야기 사례

      1). 사례 – 7년 연애 후 이별을 겪은 30대 여성

      “처음엔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어요.
      눈 뜨는 게 고통이고, 매일 후회했어요.
      내가 왜 그랬지, 왜 못 잡았지… 계속 나를 책망했어요.”

      그녀는 심리 상담을 통해 CBT 문답 노트를 시작했습니다.

      • 감정: 우울, 죄책감, 외로움
      • 생각: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 같아.”
      • 질문: “그렇게 생각하게 된 근거는 뭘까?”
      • 대체 문장: “이번 사랑은 끝났지만, 그건 내가 잘못된 사람이어서가 아니야.”

      그녀는 이 문장을 반복하면서 이별의 이유를 자신에게만 돌리던 패턴을 조금씩 바꿔갔고,
      마침내 “나는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문장까지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7.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지만, 무게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실과 이별은 잊어야 할 감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리움은 잘 돌볼수록 더 깊은 자기가 되고, 더 단단한 내가 됩니다.

      CBT는 이 감정을 부정하거나 피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해줍니다:

      “그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다시 너에게 말 걸어보자.”
      “네가 아팠던 만큼, 그만큼의 사랑과 의미가 있었던 거니까.”

      지금 슬픔 속에 있다면 이 네 문장만 기억하세요:

      1. 지금 이 감정은 당연한 거야.
      2. 이 감정은 나를 망치기 위한 게 아니라, 나를 지키기 위한 거야.
      3. 이 생각은 진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4. 나는 이 감정을 안고도 살아갈 수 있어.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내 마음을 다독이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그것이 바로 상실을 이겨내는 가장 아름다운 길입니다.

      상실과 이별의 슬픔을 CBT로 돌보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