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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감정에 먹히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손이 간다
“또 시작이야… 분명히 배는 안 고픈데.”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면 텅 빈 마음을 채우듯 냉장고 문부터 열게 됩니다.
단 걸 입에 넣는 순간, 잠깐은 마음이 괜찮아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건 진짜 배고픔이 아니죠.
그냥… 허한 거예요.저도 그래요.
짜증나는 일, 억울했던 감정, 외로움이 밀려올 때면 어느새 과자 봉지를 뜯고 있더라고요.
그리고는 남은 건 죄책감, 더 깊어진 자기혐오, “왜 또 이랬지?” 하는 후회뿐이죠.이게 반복되다 보면 정말 무기력해집니다.
몸도 마음도 무너지는 그 순간, 우리는 ‘감정적 폭식’이라는 악순환에 갇히게 됩니다.2. 감정적 폭식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냥 먹지 마. 참으면 되잖아.”,“조금만 더 참지 그랬어.”하지만 그건 너무 단순한 얘기예요.
감정적 폭식은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과 뇌의 패턴입니다.
실제로 심리학에서는 이를 ‘감정 조절 전략의 실패’라고 설명하죠.우리 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도파민을 갈구하게 됩니다.
도파민은 행복감, 안정감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인데요,단 음식, 자극적인 음식은 이 도파민을 빠르게 뿜어내게 하죠.
즉, 감정적 폭식은 뇌가 위로받기 위해 본능적으로 선택한 전략인 거예요.
이걸 ‘의지가 약하다’고 몰아붙이는 건, 물에 빠진 사람한테 수영 못한다고 혼내는 거랑 같습니다.3. 감정 폭식을 멈추기 위한 첫 번째 기술: ‘알아차림’
CBT(인지행동치료)에서는 감정적 폭식 같은 행동을 바꾸기 위해 ‘사고-감정-행동’의 연결고리를 해체하는 걸 중요하게 봅니다.
그 첫 걸음이 바로 ‘알아차림(Mindful Awareness)’인데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폭식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죠.
내가 지금 배가 고픈건지, 단순히 기분이 안 좋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해오던 단순한 습관처럼 그러는 건지를 생각해 보는 겁니다.
인지하는 순간, 선택지는 생깁니다.4. 사례로보는 알아차림 체크리스트: 내 감정과 욕구를 분리해보자
이제부터 CBT 기반의 체크리스트를 알려드립니다.
폭식이 시작되기 전에, 혹은 그 순간 잠깐 멈추고 이 질문들을 떠올려보세요.1). 지금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나요?
- 불안한가요?
- 외롭거나 지쳤나요?
- 누군가에게 화가 나 있었나요?
- 감정 이름을 붙이면, 감정이 작아집니다.
수진 씨의 사례를 보면 수진씨는 야근 후 지하철에서 집에 돌아오면서 갑자기 떡볶이 생각이 났습니다.
하지만 몸은 전혀 배고프지 않았고, 오히려 위가 더부룩했죠.
그 순간 그녀는 마음속으로 물었습니다. “나 지금 어떤 감정이지?”
그날 있었던 팀장님의 무례한 말이 계속 맴돌았고, 그 감정이 분노와 억울함이라는 걸 알아차렸어요.
결국 수진 씨는 음식 대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그날 일을 털어놨고, 감정은 조금씩 누그러졌습니다.2). 이 감정은 언제부터 생겼나요?
- 특정 상황에서 촉발되었나요?
-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 때문인가요?
주희 씨는 늦은 밤, 갑자기 초콜릿을 찾는 자신을 보며 “왜 이러지?” 하고 물었습니다.
체크리스트 2)번의 내용을 떠올리며 돌아보니 오후 3시쯤 엄마에게 들었던 한마디가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던 겁니다.
“넌 왜 늘 다이어트를 하다가 중간에 포기하니?”
그 말은 의식적으로는 넘겼지만, 감정적으로는 충격이었던 거죠.
알고 보니, 초콜릿을 찾은 건 위로받고 싶어서였습니다.3). 배가 고픈가요, 마음이 고픈가요?
- 마지막 식사 시간은 언제였나요?
-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나요?
- 속이 허해서인지, 입이 심심해서인지?
대현 씨는 회식 후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집에 와서 라면을 끓일까 고민 중이었습니다.
체크리스트 ③번을 떠올리고 “정말 배고픈 걸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죠.
생각해보니 배는 부른데, ‘오늘 아무도 내 말을 안 들어줬다’는 외로움이 마음을 휘감고 있었어요.
결국 그는 라면 대신 따뜻한 허브차를 마시며 다이어리를 꺼내 감정을 정리했고 라면 생각은 사라졌습니다.4). 먹고 싶은 음식이 어떤 종류인가요?
- 단 음식을 원하나요?
- 자극적인 맛? 짭짤한 스낵?
- 특정 음식에 대한 강렬한 충동은 감정 대체의 신호일 수 있어요.
영은 씨는 늘 ‘감자칩’을 폭식의 아이콘처럼 여겼습니다.
그날도 일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자마자 편의점으로 향했죠.
체크리스트 ④번이 떠올라 문득 멈춰 섰고, ‘왜 하필 감자칩이지?’ 스스로 묻는 순간, 예전에 학창시절 시험을 망친 날 울면서 감자칩을 먹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그 음식은 ‘실패한 나’를 위로해준 심리적 연결고리였던 거죠.
영은 씨는 감자칩 대신, 다른 방식으로 위로를 찾아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5). 이 음식을 먹고 나면 기분이 나아질까요?
- 10분 후 나는 어떤 감정일까요?
- 후회할 가능성이 큰가요?
성호 씨는 늘 폭식 후 자책이 심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체크리스트 마지막 문항을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지금 이 피자를 다 먹고 나면, 나는 기분이 좋아질까?”
그는 곧바로 답했죠. “아니. 뱃속은 불편하고, 내 자신이 또 싫어질 거야.”
그 순간, 피자를 먹는 대신 배달을 취소하고 그 돈으로 전자책 한 권을 결제했습니다.
‘나를 괴롭게 하지 않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5. 감정적 폭식 루프 끊기 – CBT 훈련 루틴 제안
이 체크리스트를 통해 감정을 분리해냈다면, 이제부터는 구체적인 실천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폭식 충동을 느끼기 전에, 혹은 그 순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어 보는건 어떨까요?1). 감정 일기 쓰기 (Daily Emotion Tracker)
하루 5분. 지금 내 감정이 어떤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적어보세요.
글로 쓰면 마음이 정리되고 감정의 ‘패턴’이 보입니다.
30대 중반의 진수 씨는 야근 후 혼자 있는 저녁이 가장 위험한 시간대였어요.
그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3줄 감정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힘들었던 일”, “그때 들었던 감정”, “지금 내 욕구”
이 3가지만 써도, 폭식 충동은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감정은 말로 꺼내는 순간, 그 힘이 줄어들게 됩니다.2). 몸과 마음 스캔하기 (Body Scan)
잠시 눈을 감고, 발끝부터 머리까지 내 몸 상태를 느껴보세요.
숨결, 가슴의 움직임, 목의 긴장감까지.
‘마음이 허기졌는지’ 혹은 ‘진짜 배가 고픈지’ 느껴볼 수 있어요.병찬 씨는 폭식 전 항상 턱에 힘이 들어가고, 손이 차가워졌다고 해요.
이 신체 감각이 ‘마음 경보’라는 걸 알게 된 후 그 감각이 올 때마다 호흡에 집중하는 연습을 했고 자극 없이 식욕이 줄어드는 걸 경험했습니다.3). 5분 미뤄보기
“지금 바로 먹지 않아도 괜찮아.”
딱 5분만! 다른 걸 해보세요.
산책, 음악 듣기, 물 마시기, 짧은 명상…하은 씨는 냉동 피자를 꺼내려다,
“5분만 그림 그리자”고 자신에게 제안했습니다.
자주 쓰던 색연필을 꺼내 몇 줄 낙서를 했더니 기분이 조금 누그러졌고 피자 생각도 흐려졌어요.
결국 그녀는 피자를 해동하지 않고 버티게 되었습니다.폭식 충동은 대부분 10분안에 사라집니다.
4). 대체 루틴 정하기
나는 감정이 격해질 때 ‘무엇’으로 나를 달래줄 수 있을까요?
아래와 같이 감정이 올라올때 행동할 수 있는 리스트를 미리 작성해 두어 적용해 보기를 추천드립니다.
- 나를 진정시키는 플레이리스트
- 포근한 담요와 향초
- 친구에게 톡하기
- 감정 카드 뽑기
민호 씨는 “먹지 않고 기분이 나아졌던 순간”을 노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따뜻한 물 마시기, 걷기, 반려묘와 놀기, 유튜브 ASMR 보기, 향초 켜기
이 중에서 폭식이 시작될 것 같을 땐 하나를 실행합니다.
리스트가 있으니 선택이 쉬웠고 음식 말고도 마음이 달래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5). 자기비난 멈추기
실패했더라도 괜찮습니다.
폭식을 했다고 해서, 내가 나쁜 사람인 건 아니니까요.
CBT에서도 "실패는 데이터"라고 말합니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어떤 감정이 숨어 있었는지 기록만 해보세요.가영 씨는 한밤중 케이크 한 판을 다 먹고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예전과 달리, 그 다음 날 아침 일기장에 이렇게 썼습니다.
“왜 그랬을까?” 대신 “그때 나는 어떤 감정이었을까?”
감정 분석을 하고 나니, 후회보다 배움이 남았습니다.
실패는 ‘반성의 재료’가 아닌 ‘성찰의 기회’가 된 것이죠.6. 진짜 변화는 ‘작은 멈춤’에서 시작됩니다
CBT 기반의 체크리스트는 감정을 억누르거나 없애려는 게 아닙니다.
핵심은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 순간에 “선택지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한 번의 폭식을 막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그 순간을 바라본 내가 있었다면, 이미 전보다 나아지고 발전하고 있는 중입니다.7. 나의 감정을 먹지 않고, 돌보는 연습
감정은 원래 오고 가는 거라고 합니다. 그걸 억누르고 먹어치우기보다는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내가 나를 돌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 감정과 식욕을 구분하는 법
✔ 나만의 진정 루틴 만들기
✔ CBT식 사고-감정-행동 연결고리 깨기이 모든 것은 오늘 당장, 아주 작은 시도에서 시작할 수 있으며, 당신은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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